김홍선 PD가 '블랙'의 '떡밥 회수'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지난 10일 종영한 OCN 토일드라마 '블랙'(극본 최란/ 연출 김홍선)은 저승사자 블랙(송승헌 분)과 죽음을 보는 인간 강하람(고아라 분)이 천계의 룰을 어기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드라마다. 배우 송승헌, 고아라, 이엘, 김동준 등의 화려한 캐스팅과 OCN 드라마 '보이스'를 연출한 김홍선 PD, SBS 드라마 '일지매', '신의 선물-14일' 등을 집필한 최란 작가가 의기투합해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
막상 베일을 벗은 '블랙'은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와 영화 같은 연출, 복선이 즐비한 촘촘한 스토리로 방송 내내 호평을 받았던 상황. 다소 무거운 주제와 어려운 이야기 구조로 '중간 유입이 어렵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애청자들의 막대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마지막회 방송에서는 김준의 영혼으로 밝혀진 블랙이 강하람을 위해 무(無)의 존재가 되는 충격적인 결말을 선사했던 바. 이 과정에서 무로 돌아간 블랙이 강하람 앞에 환영으로 다시 나타나거나 노인이 된 강하람의 분장이 다소 어설펐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회는 평균 4.5%, 최고 5.2%로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닐슨코리아 유로플랫폼가구 전국기준)
이에 OSEN은 지난 12일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블랙'과의 9개월간 대장정을 마무리한 김홍선 PD를 만나 다양한 비하인드스토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하 김홍선 PD와의 일문일답.
Q. 드라마가 종영한 소감은 어떠신가요?
"길었어요. 예전에 했던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 만큼 긴 느낌이에요. 양도 많았고요. 그러서인지 시원섭섭하네요. 힘들었던 만큼 개인적으로 남은 게 많았던 작품인 것 같아요."
Q. 결말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던데 알고 계시나요?
"네. 결말을 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결말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는 느낌이었죠. '이야기를 하는 과정 속에서 보시는 분들이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느꼈으면 다행이다'라고요. 사실 현실이 무조건 사이다는 아니잖아요. 현실 속 우리는 늘 고구마를 먹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표현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었어요. 무거운 이야기를 할 때는 말하는 사람도 힘든 부분이 많아요. 피해자들이 조사를 받을 때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 힘들다고 하잖아요. 저희가 그런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그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거라 힘든 마음이 들었어요. 그게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고, 이를 관철하면 시청자분들도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를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거기에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방송 말미 등장한 송승헌씨는 환상인 건가요?
"환상으로 표현한 건데 '표현의 미숙'이라고 해주세요.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이 마무리 짓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기왕이면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죠. 사실 작가님이 의도했던 마무리 이야기들이 더 있어요. 블랙이 무(無)의 존재가 된 뒤 각자의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과정이 있었죠. 하지만 이를 보여줄 시간이 부족했고 여러 가지 상황도 맞지 않았어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제대로 표현을 다 못한 건 감독으로서 작가님께 미안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고아라씨의 노인 분장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해요.
"저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했어요. 아무리 특수분장이 발달했다고 해도 젊은 친구를 노인으로 만드는 건 어떻게 해도 티가 나는 데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더라고요. 하지만 저흰 거의 본방송 수준으로 촬영이 진행되던 터라 시간이 없었고 고아라씨가 특수분장을 하지 않으면 노인으로 대역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저희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같이 해온 배우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맞지 않느냐' 였어요. 그래서 고아라씨가 노인 분장을 하게 됐고요."
Q. 사실 내용이 좀 복잡하고 어려워 중간 유입이 어렵다는 평이 있었는데 아쉽지는 않은가요?
"걱정했었던 부분이에요. 저희 드라마가 어렵긴 했죠. 인정해요. 그래도 가끔은 어려운 드라마도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들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물론 시청률도 중요하긴 하지만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해서 쉬운 내용으로 돌리는 게 맞느냐'는 부분에서는 저희의 소신을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Q. '블랙'은 떡밥(복선)이 엄청났던 것 같아요.
"(떡밥은) 너무 많아서 다 표현을 못했어요. 더 디테일하게 하지 못한 것도 있고 저희들도 모르고 지나친 것도 있죠. 고민을 한다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넘긴 것도 있고요. 하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 그 많은 떡밥을 모두 풀기엔 시간이 짧았어요. 작가님 입장에선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을 거예요. 2회가 연장돼 18회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원래 이 작품은 20부작이었거든요. 그래도 제가 이걸 잘 표현했어야 하는데 못해서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에요." / nahee@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블랙'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