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의 유격수 타격왕이자 사실상 첫 9번타자 타율왕. '작은 괴물' 김선빈(28·KIA)이 일궈낸 대업이다. 이미 기적을 만든 김선빈이 과연 KBO리그 사상 네 번째 '2년 연속 타격왕' 도전에 성공할까.
김선빈은 올 시즌을 앞두고 KIA 전력의 '키맨'으로 꼽혔다. 프리에이전트(FA)로 데려온 최형우도 관건이었지만, 나란히 군에서 전역한 안치홍과 김선빈이 맡을 키스톤 콤비도 중요했다. 그리고 김선빈은 137경기서 타율 3할7푼(476타수 176안타) 맹활약으로 팀에 8년만의 우승을 안겼다.
이제 김선빈의 시선은 2018년에 맞춰져있다. 김선빈이 또 한 번 타격왕을 차지한다면 KBO리그의 역사에 남는다. 36년의 KBO리그 역사에서 2년 연속 타격왕을 쟁취한 건 단 세 명뿐이다. 그 시작은 故 장효조였다. 故 장효조는 삼성 시절이던 1985년 타율 3할7푼3리로 생애 두 번째 타격왕에 등극했다. 이듬해에는 타율 3할2푼9리, 1987년에는 타율 3할8푼7리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KBO리그 6년 역사 중 3년간 타격왕을 차지한 '전설'이었다.
그 다음 차례는 이정훈이었다. 이정훈은 빙그레 시절이던 1991년(.348)과 1992년(.360) 타격왕에 올랐다. 이후 단 한 차례도 타격왕에 오르지 못한 건 물론 '3할 타율' 시즌도 만들지 못했다. 이후 2년 연속 타격왕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자취를 감췄다. 양준혁과 이종범, 김기태, 장성호 등이 타이틀을 따냈지만 2년 연속 왕좌에 오른 이는 없었다.
새 역사를 쓴 건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2010년 타율 3할6푼4리로 생애 두 번째 타격왕에 올랐다. 당시 이대호는 도루를 제외한 공식 시상 부문 7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듬해에는 타율 3할5푼7리로 2년 연속 왕좌에 올랐다. 우타자로는 최초의 위업이었다.
이대호가 일본프로야구로 떠나자 다시 춘추전국 시대가 열렸다. 2012년 김태균(.363)을 시작으로 이병규(.348), 서건창(.370), 에릭 테임즈(.381), 최형우(.376)가 차례로 타격왕을 차지했다. 2년 연속 타격왕은 물론, 이대호 이후 두 차례 타율 1위에 오른 이도 없었다. 타고투저가 거듭되며 좋은 타자들이 쏟아졌고, 왕좌의 게임이 펼쳐진 셈이다.
올 시즌 타격왕에 오른 김선빈이 역사에 도전장을 낼 수 있을까. 김선빈의 꾸준함을 감안한다면 마냥 힘든 도전도 아닐 전망이다. 김선빈은 올 시즌 시작부터 꾸준히 고감도 타격감을 선보였다. 3~4월 26경기서 타율 3할3푼7리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5월(.391), 6월(.419)으로 갈수록 더 많은 안타를 생산했다. 다소 주춤했던 7월(.361)도 3할5푼을 넘겼으며 8월 4할1푼7리로 다시 폭발했다.
발목 부상을 말끔히 털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선빈은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안고 있었다. 때문에 올 시즌 김기태 감독의 배려 속에서 출장을 조절해왔다. 하지만 시즌 종료와 동시에 오른 발목 뼛조각 제거 및 외측 인대 봉합수술을 받았다. 1월부터 본격 재활에 들어갈 예정. 김선빈은 "시즌 준비에는 전혀 차질이 없을 것 같다"며 전망을 밝혔다.
수비 부담이 심한 유격수로 타격왕에 올랐다는 자체가 역사다. 하지만 김선빈은 "예전에 '키가 작아서 한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깰 수 있도록 더 큰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더 커진 김선빈은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역대 네 번째 '2년 연속 타격왕'의 탄생도 노려봄직하다. /ing@osen.co.kr
[사진] 故 장효조-이정훈-이대호(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