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이달 27일 개봉하는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과 전두환 정부, 이에 맞서 각자의 자리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썼던 보통 사람들의 가슴 뛰는 6개월을 그렸다.
대학생 연희를 연기한 김태리는 18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장준환 감독님이 굉장히 세심하고 디테일하시다"며 "그 날의 촬영장 분위기에 따라 각 인물이 처한 상황과 그것에서 느꼈을 감정을 시시각각 반영하시기 때문에 콘티가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리는 “예컨대 연희(김태리 분)가 삼촌 한병용(유해진 분)을 구하기 위해 김정남(설경구 분) 아저씨에게 편지를 전달해주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저는 ‘연희가 더 이상 울지 않을 거다’라고 생각했었다. 이미 집에서 다 울었으니 씩씩하게 전달할 거라고 혼자 가정했었다"며 "하지만 촬영 당시에는 감독님이 ‘김정남 아저씨를 기다리면서 연희가 한 번 울지 않았을까?’라는 얘기를 하셔서 우는 연기를 했었다”고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6월 1일 개봉한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가 김태리에게는 첫 번째 상업영화지만, 그녀는 대학 재학 4년 동안 연극반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졸업 후 2년여 간은 프로 극단생활을 했다고. 초짜 신인 배우지만 비교적 정확한 발음과 발성 덕분에 박찬욱 감독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아가씨’의 숙희 캐릭터는 무려 1500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자랑했는데, 김태리가 이 벽을 깨고 김민희와 호흡할 주인공에 낙점됐던 것이다. 충무로를 이끌어나갈 젊은 피를 수혈 받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에 지난해 각종 영화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쓴 김태리를 빼놓고 한국 영화계를 말할 수 없었다.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박찬욱 감독과 작업을 했던 김태리는 “‘아가씨’를 할 때 느꼈던 게 박찬욱 감독님은 사전에 완벽하게 준비를 하신다. 완벽주의자 같다”며 “촬영할 때는 한 번 리허설을 돌리고 본 촬영에서도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 굉장히 섬세하고 세밀하게 촬영하신다. 저도 한 번 밖에 안 해봤지만(웃음)”이라고 당시 느꼈던 박 감독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아가씨’에서 당돌한 하녀 숙희 역할로 충무로에 첫발을 디딘 김태리는 올해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의 촬영을 마쳤고, ‘1987’을 통해 배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이희준, 박희순과 호흡을 맞췄다.(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