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현경이 딱 맞는 옷을 입었다. 남의 집에 직업도 없이 얹혀살면서 주어진 일에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한없이 밝고 의지가 되는 사람에게도 의지할 곳은 필요하다. 해맑기에 더욱 슬픈 모습이었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TV조선 ‘너의 등짝에 스매싱’에서는 박현경(엄현경 분)이 24시간 얼굴을 감추고 사는 뮤지션의 가면을 벗기려다 포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현경은 사돈집에 얹혀 살고 있다. 현경의 아버지인 박영규는 사돈 집에서 가정도우미를 자처하면서 성형외과에서 허드레 일을 했다. 그 어떤 일을 맡겨도 해맑게 답하는 현경의 모습은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상해 보이기까지 한다.
현실에서는 박현경처럼 힘겹고 어려운 상황에서 무한 긍정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트콤이기에 가능한 캐릭터다. 캐릭터 만들기의 장인인 김병욱 PD가 만든 캐릭터이니만큼 단순하지 않다. 집 안에서 박현경의 모습과 일터인 성형외과에서 박현경의 모습은 미묘하게 다르다. 엄현경이 얼마나 세세하게 박현경의 캐릭터를 분석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엄현경은 드라마 속에서 다양한 조연을 거치면서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아왔다. 과장된 캐릭터가 부각되는 시트콤 연기 역시 탁월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현실감 없는 모습을 녹여내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 박현경은 어려운 상황에서 내기에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가 아름다운 기타 연주에 눈물을 흘리는 폭 넓은 감정변화를 표현해냈다. 이 장면을 통해서 엄현경이 연기하는 박현경의 캐릭터가 인생캐릭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궁상맞고 불쌍한 무한긍정 소녀 박현경이 행복해지는 날이 올까./pps2014@osen.co.kr
[사진] '스매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