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끊이지 않는 화제를 낳았던 황재균(30·kt). 각종 소문이 난무했지만 그의 행선지는 수원이었다. 여러 소문이 나돌았던 만큼 마음에 생채기가 남았다. 그 상처는 2018시즌부터 보여줄 야구로 치유하겠다는 각오다.
황재균은 지난해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황재균은 국내 잔류와 미국행을 고민하던 중, 샌프란시스코의 스플릿 계약 제시를 받아 미국 무대를 밟았다. 마이너리그에 머물던 그는 시즌 중반 한 차례 콜업되며 꿈의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열매보다 쓴맛이 더 짙게 남았다. 결국 황재균은 1년 만에 귀국을 선언했다.
이후 원 소속팀 롯데부터 LG, kt 등 여러 구단들과 소문에 휩싸였다. 황재균은 별다른 부인이나 인정을 하지 않았고,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그의 행선지는 kt. 둥지를 튼 그가 이번 겨울 그를 둘러쌌던 소문에 입을 열었다.
- 시간을 1년 전으로 돌려보자. 미국행을 꿈꿨던 이유가 무엇인가?
▲ 꿈이었다. 단순히 '메이저리그를 누비고 싶다'는 얘기가 아니다. 한창 거취를 놓고 고민하던 때, 정우영 SBS 아나운서와 술자리를 했다. 그때 우영이 형이 "한국에 남아서 경기 출장이나 최다 안타 등 우타자 기록을 깨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때 내가 우영이 형에게 했던 말이 진심이다. "딱 한 경기, 한 타석이라도 들어가고 싶다. 어떤 투수들이 어떤 공을 던지는지, 어떤 타자들이 어떤 타구를 만들어내는지를 타석과 3루에서 보고 싶었다". 이게 이유의 전부다.
- 미국에서의 한 시즌. 돌아보면 어떤가?
▲ 마냥 좋았다. 경기를 나가든, 그렇지 않든, 늘 재밌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당연히 데뷔전 홈런이다. 나도 칠 줄 몰랐기 때문에 베이스를 돌면서 소름이 돋았다.
- 반대로 메이저리그 생활을 돌아봤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인가?
▲ 아무래도 이동이다. 매일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움직였다. 경기력에도 영향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내 또래 선수들은 이동일에 경기를 안 나갔다. 감독의 배려였다. 하지만 나는 출장했다. (웃음) 감독에게 농담으로 '내 나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나도 30대다'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하지만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후회나 미련은 없다. 내 남은 야구 인생에서 분명 도움될 1년이었다.
- 무의미한 질문이지만, 미국 진출을 앞둔 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있어도 또 다시 미국에 갈까?
▲ 갈 것이다. 설령 똑같이 실패하고 오더라도, 이 1년이 무의미하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내 자신이 만족한다. 어쨌든 꿈을 이뤘으니까.
- 그렇게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황재균 측에서 '수도권 구단을 원한다'는 이유로 롯데와 협상 테이블조차 차리지 않았다는 얘기가 돌았다.
▲ 롯데 쪽에서는 어떤 연락도 없었다. 귀국 사실이 기사로 알려졌는데 '한국 잘 들어왔나'는 등의 연락도 없었다. 하물며 식사 자리나 계약 얘기는 더더욱 없었다. 에이전트가 부산에 갈 일이 있어 롯데 측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부 FA가 많아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도권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꺼낼 기회도 없었는데 그런 소문이 났다.
- 7년간 뛰었던 구단이다. 계약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이었나?
▲ 올해 롯데에 유달리 내부 FA가 많았다. 구단 입장에서는 (강)민호 형이나 (손)아섭이가 우선 순위일 수밖에 없다. 이게 서운하지는 않다. 당연한 것이다. 롯데뿐 아니라 어느 팀도 구단 운영에서 우선 순위는 있다. 그에 대해 선수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만약 롯데가 '팀 사정상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너를 잡을 여력이 안 된다'고 이야기해줬더라면 서운한 감정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롯데의 제안을 거절한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답답했다. (그런데도 침묵을 지켰다.) 구구절절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나는 '나쁜 놈'이 돼있었다. 팬들께서 믿어주실 지도 확신이 없었다.
- 팬들 사이에서는 '황재균이 미국 진출했을 때 롯데가 챙겨준 정을 쉽게 외면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메이저리그 생활에 들었던 제반 비용 전부는 내 사비다. 라이언 사도스키 코치를 통해 꾸준히 '심리 상담'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내 마이너리그 경기 일정과 외국인 선수 물색을 위해 미국에 온 사도스키의 일정이 맞아서 밥 한 번 먹었다. 그게 전부였다.
- kt행이 결정된 직후 SNS에 롯데 팬들 향한 메시지를 남겼다.
▲ 그 글에 '이제 그만 조용히 가줘라'는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팬들께서 SNS 쪽지 기능으로 '그동안 롯데에서 좋은 모습 보여줘 고맙다'는 내용의 메시지도 보내주셨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부산에서 보낸 7년은 절대 못 잊는다. 진심이다. 야구 인생 절반 이상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롯데의 열광적인 응원은 소속 선수로서 정말 큰 자부심이다. '여태 좋은 팀에서 야구했다'는 마음은 분명하다. 이제 3루 더그아웃에서 롯데 홈팬들의 응원을 마주하게 됐다. 낯설 것 같다. ([오!쎈 인터뷰②]에서 계속) /ing@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