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②] '탈꼴찌 이상' 다짐한 황재균 "이대은과 뛴다면…"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2.19 09: 00

"kt는 결코 약한 팀이 아니다. 혼자서 타순도 짜봤을 정도다".
kt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은 황재균. 그는 최근 여의도의 한 휘트니스 클럽에서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일주일에 많아야 두 번 쉬는 혹독한 일정. 비시즌 때면 매년 해오던 루틴이기에 특별히 힘든 건 없다는 반응이다. 늘 보여줬던 '황재균의 야구'를 kt 팬들에게 보여주겠다는 다짐이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집이다. 황재균은 수원 kt위즈파크 20분 거리 판교 지역에 집을 구했다. 앞서 언급한 황재균의 야구가 펼쳐질 무대는 이제 kt위즈파크다.
- 전 소속팀 롯데와 진전이 없던 사이, kt행을 결심했다. 임종택 단장을 비롯한 kt의 진정성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 임 단장님은 나와 여러 차례 만나신 건 물론, 내가 없는 자리에서 우리 아버지와 술자리도 가지셨다.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가 딱 한마디 하셨다. '너를 필요로 하는 팀에 가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부모님은 늘 내 선택을 존중해주셨다. 미국에 진출했을 때도,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아버지께 '내가 필요없는 구단에 비집고 들어가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 노춘섭 스카우트 팀장의 '구애(?)'도 있었다는데.
▲ 노춘섭 팀장님께는 정말 매일 연락이 왔다. 흔히 말해 '썸 타는' 사이 같았다. '뭐하니?', '어디니?', '밥이라도 먹을까?' 등등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사람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노춘섭 팀장님은 내가 현대에 입단할 때 스카우트로 계시던 분이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진 셈이다.
- 그렇게 kt행을 확정했다. 여전히 안 좋은 여론이 더 많다. 댓글 같은 건 다 살펴보는가?
▲ 보이니까 보게 된다. 신경은 안 쓰지만 미국 진출 직전부터 여론이 너무 안 좋아졌다. '한국에서 정상급 성적도 못 냈으면서 네 주제에 무슨 미국이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내가 생떼를 써서 미국에 간 것도 아니다. 스플릿 계약이었지만 제의가 와서 간 것이었다. (오버페이 논란도 있다.) 내년에 내가 잘하면 전부 무마될 거로 생각한다. (최)형우 형이나 (차)우찬이도 그렇지 않았나. 야구는 늘 해왔던 거니까 신경 쓰이거나 불안하지는 않다.
- 4년 88억 원. '오버페이' 논란을 지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활약해야 한다고 느끼는지.
▲ 내가 팀의 중심을 잡고, 그 시너지 효과로 다른 선수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낸다면 인정받지 않을까. (여전히 2018년의 kt는 탈꼴찌가 현실적 목표인 팀이다.) 난 kt가 정말 괜찮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혼자 라인업도 짜봤다. (웃음) 내가 몇 번 타순에 들어갈까 등을 생각하다 그렇게 됐다.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라인업과 비슷하다. (윤)석민이 형, (유)한준이 형, (박)경수 형은 이미 검증이 됐다. 멜 로하스도 그렇고, 정현도 야구를 예쁘게 하더라.
- 최소 4년을 뛰게 된 팀이다. 4년간 단순히 탈꼴찌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될 텐데.
▲ 맞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내년에 (이)대은이가 해외 진출 대신 국내에 남았으면 좋겠다. kt 지명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kt는 올해 최하위로 2019 2차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다.) 만약 대은이가 가세한다면 팀이 정말 강해질 것이다. 2015년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도 함께 생활해봤는데, 정말 좋은 투수다. 이미 검증이 됐다. 검증된 선발투수 한두 명이 더 가세한다면 kt도 결코 쉽게 볼 팀이 아니다.
- 야구는 혼자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스포츠다.
▲ 맞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상대 집중력을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집중력의 한계가 있다. 연이어 좋은 타자들이 나온다면 실투가 들어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하위 타선이 약하다면 중심 타자 몇몇만 상대할 수 있다. 타석에서도 확실히 차이가 있다. 내가 가세하며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만 있다면 시너지 효과도 날 것 같다.
- 입단식 당시 '후배들이 배울 수 있는 야구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 선배라고 무조건 강요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내 스타일을 보고, 맞는다고 생각하는 후배가 있다면 따라할 수 있다. 예를 들자. 나는 시즌 때면 무조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홈경기 기준 새벽 1시면 잠들고, 오전 9시면 일어난다. 아침 식사 후 산책하다 커피 한 잔 한 뒤 경기장에 나간다. 어릴 때는 '늦게 잠들고 오전까지 푹 잔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경기 시간에 맞춰 최상의 리듬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 텀이 필요하다. 또한, 일찍 잠들면 사고칠 일도 없다. 이런 부분이 맞는 후배가 있다면 내게 뭔가를 배워갈 것이다.
- 입단식에서 '캡틴' 박경수 선수가 "20홈런-20도루는 너무 적다. 30홈런-30도루는 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 홈런은 가능할 것 같은데 도루가 문제다. 수치에 연연하지는 않겠다.
- kt 팬들에게 한마디 남겨달라.
▲ 수원 지역을 다닐 때마다 팬들에게 '응원한다', '기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를 정말 환영해주시는 게 느껴졌다. kt 구단에게 4년간 88억 원을 받게 됐다. 이는 팬들께서 내게 기대하시는 부분이 담긴 금액이다. 꾸준한 성적으로 팬 여러분께 보답하겠다. 기대에 충족하겠다. /ing@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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