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을 쉽게 내치지 않았다. NC 다이노스는 그만큼 베테랑의 가치를 인정했다. 베테랑들의 도움을 받은만큼 그들을 홀대하지 않았다.
NC는 올 시즌 다른 어느 구단보다 세대교체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전지훈련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배제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야수 고참은 모창민, 나성범이 될 정도로 파격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결국 시즌 중에는 베테랑 선수들이 팀에 합류했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베테랑들의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며 팀을 지탱해갔다.
최근 KBO리그의 흐름은 ‘세대교체’다. 젊은 선수들에게 육성의 기회를 주고, 나이가 들어가는 베테랑 선수들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크다. 나날이 늘어가는 구단 운영비의 절감을 위해 선수단 축소가 흐름이 되고 있는데, 구단이 겨냥하는 서슬 퍼런 칼날의 끝은 베테랑을 향하고 있다. 보류선수 명단에 제외된 베테랑 선수들이 새 구단을 구했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NC는 이런 최근 흐름을 거슬렀다. 30대 중후반의 베테랑 FA 선수인 손시헌, 이종욱, 지석훈을 모두 붙잡았다. 나이와 보상선수 문제 등으로 NC 잔류 말고는 사실상 선택지가 없었다고 할 지라도 NC는 꾸준한 협상을 통해 베테랑 선수들을 쉽게 내치지 않았고, 붙잡았다.
NC 유영준 단장은 계약 직후 "지금의 팀이 있기까지 세 선수의 공이 크다고 판단했다. 손시헌 선수는 성적으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따뜻한 리더십으로 팀 분위기를 이끌어 왔다. 이종욱 선수 또한 베테랑으로서 팀이 필요할 때마다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며 그 역할을 다해왔다. 지석훈 선수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수행했고 앞으로도 그런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말로 이들의 보이지 않는 팀 내에서의 존재감과 가치에 대해 평가를 내렸다.
물론, NC가 세대교체의 기조를 다시 거스른다는 의미는 아니다. 올해 김경문 감독은 상황이 생길 때마나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다. 승부사 기질을 내비치면서도 젊은 선수들에 대한 기회의 문제와 육성을 등한시 하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에게 올해보다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내년이다.
다만, NC는 베테랑의 가치를 여전히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베테랑 FA 선수들과의 계약에서 드러냈다. 올 시즌 외에도 NC가 신생 9구단으로서 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던 데에는 베테랑의 역할이 컸다. 어린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주고, 프로 선수로서 젊은 선수들의 교본이 되어줄 이들이 있었기에 NC는 단시간에 강팀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대표적인 선수가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호준이다. 이호준이 NC의 1군 무대 진입과 함께하면서 NC는 구심점을 가지고 시즌을 치러나갈 수 있었다. 손시헌과 이종욱 역시 2014년 팀에 합류, 기틀이 다져진 팀에 경험을 더하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이끌었다. 그 어느 팀보다 베테랑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팀이었다.
NC는 이제 베테랑 FA 3인방과 젊은 선수들, 신구조화를 바탕으로 더 나은 강팀으로 도약할 발판을 만든 셈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