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는 ‘귀요미’와 ‘국민 할매’를 오가는 대체 불가 대배우이다. 애교 가득한 말투 덕분인지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 좋게 유쾌하며, 연기에 대한 생각을 밝힐 때는 더없이 진지하고 열정적이어서 존경심이 생긴다. 56년 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이 순간순간 발휘되기 때문이리라.
현재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 출연 중인 나문희는 차기작으로 영화 ‘소공녀’(감독 허인무)의 출연을 결정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할머니 역할을 맡았지만 캐릭터가 가진 사연과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다.
‘소공녀’는 할머니와 손주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가족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다.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2011), ‘허브’(2007), ‘신부수업’(2004) 등의 각본 연출을 맡았던 허인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영화사 지오필름에서 제작해 내년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나문희가 그간 ‘수상한 그녀’(감독 황동혁, 2014)에 이어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 2017)로 안방극장은 물론 스크린에서도 티켓 파워를 입증했기 때문에 ‘소공녀’의 흥행도 긍정적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전 세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아이 캔 스피크’는 오지랖 넓은 민원 여왕 할머니 옥분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발랄하게 비틀었다. 강제 징용이라는 아픈 역사인 위안부를 소재로 하면서도 심각하고 무겁지 않게 문제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것.
작품의 전적인 재미와 감동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연기한 나문희의 내공 깊은 연기력 과 나이에 비해 비교적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이제훈의 케미스트리 덕분이었다. 러닝 타임 119분 동안 관객들을 웃기면서도 울리는 두 사람의 연기가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킨 것이다. 나문희의 진가가 ‘소공녀’를 통해 다시 한 번 발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