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밀듯이 미국으로 건너갔던 이들이 나란히 돌아온다. 그들의 행선지는 약속이나 한 듯 포스트시즌 탈락팀. 2018 KBO리그 판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LG는 19일 "프리에이전트(FA) 김현수와 4년 총액 115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당초 미국 무대 잔류를 우선으로 했으나 한 달 가까이 공들인 LG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였다. 아쉬움 가득한 2년의 미국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이번 겨울, 메이저리거 유턴 행보에 방점을 찍는 이적이었다. 이번 겨울 '유턴 메이저리거'는 김현수가 세 번째. 올 시즌 앞두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황재균(kt), 김현수와 나란히 미국에 건너간 박병호(넥센)는 이번 겨울 KBO리그에 돌아왔다.
▲ ML 도전 뒤로 하고 찾은 새 둥지
시작은 황재균이 끊었다. 황재균은 지난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샌프란시스코와 1년 총액 310만 달러(당시 약 36억 원)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꿈에 그리던 미국 무대를 밟았으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메이저리그 18경기에 나서 타율 1할5푼4리, 1홈런, 5타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귀국을 선언한 황재균은 지난 11월 kt와 4년 총액 88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올 스토브리그 첫 '빅 사이닝'이었다. 원 소속팀 롯데를 비롯해 LG, 삼성 등 각종 구단과 '썰'이 나돌았지만, kt의 진심에 마음을 열었다.
그 다음은 박병호였다. 'KBO리그 홈런왕' 박병호는 2015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와 4+1년 최대 1800만 달러(당시 약 208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2016시즌 초반에는 홈런포를 거듭 쏘아올리며 연착륙하는 듯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지난해 62경기 타율 1할9푼1리, 12홈런, 24타점에 그쳤다. 절치부심으로 맞은 올 시즌 시범경기 맹타에도 개막 직전 양도선수지명(DFA) 됐고, 콜업은 없었다.
박병호는 지난달 27일, 넥센과 연봉 15억 원의 유턴 계약을 맺었다. 미네소타와 2+1년 계약이 남았지만, 박병호의 해지 요청을 팀이 수용했다. 미네소타는 지난 17일 박병호를 서류상으로 공식 방출 처리했다. 이제 비로소 '넥센맨'이 됐다.
김현수가 대미를 장식했다. 김현수는 2016시즌을 앞두고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당시 약 83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첫 시즌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95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3할2리(305타수 92안타), 6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차츰 늘었다. 시즌 중반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 됐으나 40경기서 타율 2할3푼 무홈런에 그쳤고, 결국 LG 유니폼을 입었다.
▲ 하위권 팀들의 공격적 투자, '전력 평준화' 이끌까
공교롭게도 이들이 택한 행선지는 모두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이듬해 시즌 준비 과정에서 공격적 행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원 소속팀 넥센으로 복귀했다지만, 김현수와 황재균은 모두 새 둥지를 틀었다. 과감한 투자가 메이저리거들의 복귀로 이어진 셈이다.
LG는 올 시즌 박용택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중심 타자가 없었다. 외야 세 자리 역시 확고한 주전을 꼽기 어려웠다. 젊은 선수들에게 거듭 기회를 줬지만 이들의 성장세가 더뎠다. 김현수 영입으로 외야 한 자리와 중심 타자 모두를 얻었다.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kt 사정도 다르지 않다. kt는 2017시즌 3루수 OPS(출루율+장타율) 0.664로 리그 9위에 머물렀다. 이 부문 리그 평균(0.783)에 한참 못 미쳤다. 대부분 포지션에서 약세를 드러냈던 kt이지만 3루수는 특히 심했다. 황재균을 데려와 가장 큰 약점을 메웠다.
2년 만에 다시 박병호를 안은 넥센도 도약을 노린다. 박병호가 있던 시절, 넥센은 이택근-박병호-강정호의 LPG포로 대표되던 홈런 군단이다. 하지만 강정호와 박병호가 차례로 빅 리그에 진출했고 이택근이 노쇠하며 빛을 잃었다. 박병호는 2012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KBO리그를 지배했다. 이 기간,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넥센은 리그 최고 홈런 타자로 재군림할 선수를 품에 안았다.
지금의 과감한 투자가 2018시즌 성적으로 이어질까. 만일 투자 대비 효율을 얻어낼 수 있다면 2018 KBO리그는 그야말로 대혼전이 가능해진다.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흡족할 수밖에 없다. 전력 평준화를 위한 하위 팀들의 메이저리거 영입. 2018시즌을 지켜보는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