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력 증명’ SK, 강속구 군단 구축도 착착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20 06: 05

SK는 지난 2년간 확실한 팀 컬러 하나를 만들었다. 바로 홈런의 팀이라는 이미지다. SK는 올해 총 234개의 팀 홈런을 기록해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KBO 리그 역대 신기록이기도 했다. 2위 두산(178개)보다 훨씬 많았고, 최하위 LG(110개)에 비하면 배 이상이 많았다.
타자친화적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쓰기는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홈런 파워는 리그 최고라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거포 자원들이 쑥쑥 성장하며 내년에는 자신들이 세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하지만 SK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른바 ‘남자의 팀’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려고 하는 SK는 하나의 훈장을 더 얻고 싶다. 바로 ‘강속구의 팀’이다. 장타와 강속구는 야구의 대표적인 로망이다.
SK는 이 두 가지를 다 잡는 게 팀 정체성 정립의 시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홈런과 강속구가 꼭 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화끈한 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는 이만한 임팩트가 없다. 여기에 현실 가능한 목표이기도 하다. 홈런은 증명이 됐고, SK는 이만수 감독 시절부터 빠른 공 투수들을 선호한 팀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는 김용희 감독도 비슷했고, 트레이 힐만 감독도 마찬가지다. 의도하지는 않은 일인데 자원들이 꾸준히 쌓였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해 SK 투수들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1.1㎞로 리그 6위였다. 1위 LG(143.1㎞)보다 2㎞ 정도 떨어졌다. 하지만 내년에 이 수치는 더 오를 것이 확실하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자원들이 돌아오거나 새로 영입됐기 때문이다. 2군에 하드웨어가 좋은 투수들이 많다는 점도 확장 가능성을 열어둔다. 손혁 투수코치가 SK에 부임해 가장 눈여겨본 것도 이 점이다.
근거 없는 허풍이 아니다. 평균구속의 상당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선발진부터 대형 호재가 있다. ‘에이스’ 김광현과 ‘파이어볼러’ 앙헬 산체스가 가세한다. 김광현은 재활 후 첫 시즌을 보낸다.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평균 140㎞대 중반을 던질 수 있음을 충분히 검증한 선수다. 회복이 빠르다면 구속을 더 상향 조정할 만한 충분한 그릇이 있다.
산체스는 메이저리그(MLB) 시절부터 강속구로 유명했다. 비록 불펜 성적이기는 하지만 올해 포심 평균구속이 무려 96마일(154.5㎞)에 이르렀다. 선발로 뛰어도 평균 140㎞ 중·후반대는 무난하다는 평가다. 당장 올해 뛴 외인 선수 스캇 다이아몬드의 구속보다는 4~5㎞ 빨라지고 헨리 소사(LG)와 리그 1위를 다툴 전망이다. 플러스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불펜도 김택형이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다. 김택형은 넥센 시절 급격한 구속 향상을 이뤘다. 역시 재활 후 첫 시즌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구속에서는 팀에 큰 플러스 요인이다. 수술 후 1년 반이 지난 서진용의 구속은 이제 정점으로 올라갈 시기다. 김광현의 선발 안착 후 윤희상이 중간에 합류한다면 2이닝 정도를 전력투구할 수 있다. 구단에서는 2이닝 정도라면 윤희상도 140㎞대 중반을 힘차게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발로 뛸 김광현, 메릴 켈리, 산체스, 문승원 모두 145㎞ 이상을 던지는 선수들이다. 내년 1군 불펜 전선에서 한 발 앞서 있거나 기대를 모으는 김태훈 김택형 백인식 신재웅 박정배 서진용도 모두 145㎞ 이상, 평균 140㎞ 초·중반대를 던질 수 있는 자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가장 빠른 구속을 기록한다고 해서 가장 좋은 마운드를 구축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제구를 보완해야 하고,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도 향상시켜야 한다. 각 투수들의 레퍼토리를 고려한 적절한 배열도 중요할 것이다. SK 마운드가 지금껏 공이 느려 실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득점 생산에 있어 홈런만한 가치를 지닌 이벤트는 없다. 또한 많은 통계 연구에서 보이듯, 빠른 공일수록 피안타율은 떨어지는 그래프가 나온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홈런과 강속구’라는 큰 틀을 잡은 것은 비교적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일단 그 방향의 기틀을 세운 뒤 그 후로는 부족한 점을 세세하게 보완해 가면 된다. 1~2년에 해결될 부분은 아니지만 꾸준히 추구한다면 5년 뒤에는 제대로 된 팀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 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는 명문구단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일단 기초를 만들 준비는 끝났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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