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수 불가 합의’ 배지환, 내년 드래프트가 최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20 06: 01

내야 유망주 배지환(18)이 KBO(한국야구위원회)를 상대로 법리 다툼에 들어간다. 다만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곧바로 프로 입단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구단들의 합의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내년 신인드래프트에 나오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배지환 측은 최근 KBO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애틀랜타와의 계약이 무효 처분을 받은 배지환에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로 잘 알려진 야구규약 제107조를 적용했다. 이로써 배지환은 향후 2년간 KBO 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을 수 없다. 배지환 측은 이 조항 적용이 과하다는 주장이다.
애틀랜타는 국제 아마추어 선수 영입에 있어 여러 ‘꼼수’를 쓰다 적발됐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이 작업을 주도한 존 코포넬라 애틀랜타 전 단장을 ‘영구제명’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섰다. 이번 징계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입단한 12명의 선수, 그리고 배지환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랍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 명의의 성명을 보면, 애틀랜타는 배지환에게 계약 외 추가적인 보상(extra-contractual compensation)을 제안한 것을 적발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배지환과 애틀랜타와의 계약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제재 내용을 덧붙였다. 배지환 측은 추가 계약금에 대한 현지 언론의 보도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유소년 발전 지원금을 논의한 사실은 인정했다. 이 부분이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
이 성명에서 중요한 것은 계약의 효력 대목이다. MLB 사무국도 배지환과 애틀랜타의 계약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명확하게 인정했다. 이에 계약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승인 불가로 처리했다. 반면 KBO는 배지환이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실제 루키리그에서도 뛰었기 때문에 계약 행위 자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야구계에서는 배지환의 승소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보고 있다. 야구규약 제107조는 제재 대상을 “신인선수 중 한국에서 고등학교 이상을 재학하고 한국 프로구단 소속선수로 등록한 사실이 없이 외국 프로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한 선수”로 보고 있다. 물론 배지환이 계약 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MLB 사무국에서 승인하지 않아 계약이 정식적으로 체결되지는 않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배지환 측은 이런 점을 내세워 가처분소송을 냈고, 육성선수로 프로 입단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만 소송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육성선수 입단은 어려울 전망이다. 10개 구단은 배지환을 올해 육성선수로는 영입하지 않는다는 것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배지환이 신인드래프트 직전 KBO 측에 “MLB 구단과 계약하니 드래프트에 나오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사실이다. KBO 드래프트 당시 이 내용을 10개 구단에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은 팀들이 상위 순번 지명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그런데 아직 계약이 완벽하게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지금과 같은 사태를 예견한 것은 아니었지만, 계약이 막판 틀어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0개 구단이 이와 같은 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잘못하면 담합이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그럼에도 10개 구단이 이 내용에 큰 이견 없이 합의한 것은 여러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우선 배지환을 놓고 각 구단들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계약금이 없는 육성선수 신분이라 온갖 불법 요소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전례를 만드는 셈인데, 이를 악용하는 방법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육성선수는 드래프트와는 달리 선수가 팀을 고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현재 드래프트 제도의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구단간 합의를 깨고 배지환을 육성선수로 영입할 만한 ‘간 큰’ 구단이 있을 것이라 보기는 힘들다. 그 때문에 야구계에서는 배지환이 승소한 뒤 내년 신인드래프트에 나올 것이라 점치고 있다. 선수로서는 1년의 시간을 날리는 셈이지만,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가장 공평한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반대로 승소하지 못한다면 2년의 시간이 그대로 날아간다. 물론 애틀랜타의 잘못이 크지만, 배지환도 MLB의 국제 아마추어 선수 계약룰을 어긴 내용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아예 잘못이 없지는 않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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