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아쉬웠던 과거를 잊기 위해 메이저리그 유턴파들이 돌아왔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선수들을 영입한 구단들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를 잊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리그 판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위해 돈다발을 푸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2년 간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하고 발자취를 조금이나마 남겼던 KBO리그 출신 선수들이 올해 오프시즌을 기점으로 대부분 돌아왔다. 2016시즌이 끝나고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메이저 무대를 노크했던 황재균이 kt 위즈와 FA 계약(4년 88억 원)을 맺으며 1년 만에 돌아온 것이 시작이었다. 황재균이 먼저 테이프를 끊은 뒤, 미네소타 트윈스와 남은 계약을 해지하면서까지 한국 복귀를 희망한 박병호가 원 소속팀인 넥센 히어로즈와 다시 손을 잡았다(연봉 15억 원). 그리고 지난 19일, 메이저리그 윈터미팅까지 메이저리그의 끈을 놓지 않았던 김현수마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4년 115억 원). 이들 3명의 메이저리그 유턴파들로 후끈 달아오른 올해 KBO리그 스토브리그였다.
공교롭게도 메이저리그 유턴파들을 품은 구단들은 모두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구단들이었다. kt는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고 넥센 역시 7위에 머물며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의 아픔을 맛봤다. LG 역시 6위에 그쳤다. 모두 투자의 명분은 충분했다. 내년 시즌 반등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의 구심점을 갖추기 위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하위권 3팀은 분명 올해는 잊고 내년, 내후년 더 나은 성적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다.
가장 먼저 메이저리그 유턴파 선수인 황재균을 붙잡은 kt. 투자에 인색했던 과거로 인해 창단 이후 3년 연속 최하위라는 수모를 피할 수 없었다. 팀 입장에서도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고, 과감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팀의 약점인 3루 포지션을 채우면서, 스타성도 있다고 판단한 황재균이 대상이었다. kt는 황재균이 국내 복귀를 고심하던 시점부터 순애보를 펼쳤고, 지극정성으로 황재균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다. 구단 역사상 최고액을 투자했다. kt는 전력 향상을 통한 탈꼴찌, 그리고 수원 야구에 붐이라는 ‘황재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장석 대표이사의 지분 분쟁과 연이은 리빌딩 트레이드로 어수선했던 넥센은 미국 무대에서 힘겨운 시기를 보내던 박병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리빌딩 행보를 가속화하던 넥센이었지만, 리빌딩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의 멘토와 리더가 될 인물이 필요했다. 그런 와중에 올해 부상과 부진 등으로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던 박병호의 국내 유턴 가능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박병호만한 리더를 찾기 힘들었다. 구단은 망설이지 않았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으로 진출했기에 박병호가 돌아올 수 있는 팀은 넥센 밖에 없었지만, 넥센은 박병호가 팀의 상징과 중심이 되어줄 선수임을 연봉 액수로 알렸고, 화려하게 팀의 리더를 맞이했다.
화룡점정을 찍은 팀은 LG였다. LG는 김현수와 4년 총액 115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FA 계약 금액 역대 2위, 외야수 1위에 해당했다. 올해 오프시즌 행보로 인해 쉴 새 없이 여론의 질타를 받은 LG였다. 외국인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와 재계약에 실패했고, FA 시장에서도 손아섭을 노렸지만 입맛만 다셨다. 전력 보강이 필수적이었지만, 소문만 무성했지 실속이 없었다. 김현수 영입에 배수의 진을 쳤다. 메이저리그 잔류를 노리던 김현수에게 출전 기회를 보장할 만한 마땅한 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2년 간 출전 기회의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김현수에게 자신의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는 사실상 없었다. 대신 LG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아들이면서 KBO리그의 ‘타격 기계’로 돌아오게 됐다.
황재균은 미국 무대 진출 이전 2년간 성적 향상이 두드러진 발전형 선수였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고 미국 진출 직전 두 시즌 연속 50홈런을 돌파한 리그 최고의 홈런왕이었다. 김현수는 리그 최고의 교타자이자 완성형 타자였다.
모두 KBO리그 내에서의 경쟁력은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들에게 바라는 바는 하나다. 여기에 메이저리그라는 선진 야구를 겪었던 경험을 팀에 전수하면서, 팀의 중심 타자 역할과 중심축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유턴파들의 힘으로 리그 판도를 변화시키고 오명의 2017년 시즌을 잊고 2018년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