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전력을 구축하는 것이 모든 팀들의 ‘로망’이다. 그러나 완전체 전력을 구축하는 것이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롯데 자이언츠의 야수진 전력은 균형이라는 ‘로망’에 다가서기보다는 고민의 중심에 서 있다.
롯데의 야수진은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다. 외야진은 비교적 자원이 풍부한데 반해, 내야진은 빈곤하다. 전력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이런 불균형은 조원우 감독의 고민을 심화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외야는 기존 전준우-손아섭의 확실한 주전 전력에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민병헌까지 영입하면서 국가대표급 외야 라인업을 구축했다. 백업 자원들 역시 비교적 튼실하다. 대타, 대수비, 대주자 요원 모두 활용 가능한 김문호가 ‘제4의 외야수’로 자리 잡고 있고, 대주자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맡은 나경민도 건재하다. 또한 한 방을 갖춘 우타 외야수 박헌도, 2차 드래프트로 데려온 이병규까지. 마무리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낸 조홍석까지 감안하면 외야 자원은 풍족하다 못해 넘치는 상황이다.
그러나 내야진의 경우 확실한 주전과 백업을 구분 짓기 어렵다. 그만큼 엇비슷한 능력치를 가진 선수들이 대거 몰려 있는 형국이다. 붙박이 4번 타자와 1루수인 이대호, 재계약에 성공한 ‘수비 귀재’ 앤디 번즈는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다만, 유격수와 3루수 라인, 백업진의 경우 혼돈의 영역이다. 문규현이 FA 자격을 얻어 팀에 잔류하면서 내야진의 추가 이탈은 막았지만, 그 외의 신본기, 황진수, 김동한 등이 내야진 자리를 놓고 경합을 펼쳐야 하고, 오윤석과 전병우 등 마무리캠프에서 눈도장을 찍은 인원들까지 있다. 문규현까지 그 누구도 확실하게 주전이라고 못 박기 쉽지 않다. 어쩌면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지도 모른다.
올해 롯데 유격수 포지션 타율은 2할4푼5리로 전체 최하위였다. OPS(출루율+장타율) 역시 0.637에 불과했고, 역시 꼴찌였다. 기록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서 집계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은 –0.51에 그쳤다. 유격수 WAR이 마이너스를 찍은 팀은 롯데가 유일했다. 3루수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다. 3루수 타율 2할5푼3리(9위), OPS 0.698(8위), WAR 0.38(10위)이었다.
외야진은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상황에서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웬만큼 커리어가 쌓인 선수들인 만큼 체력 안배만 적절하게 해준다면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지만 내야진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유격수와 3루수 자리에서는 무한 경쟁을 통해 시즌의 계산을 그때그때 새롭게 내야 한다. 경쟁을 통해 확실한 선수가 튀어나온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시즌 내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시즌을 험난하게 헤쳐나가야 한다.
롯데 입장에선 외야진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터. 그러나 야구는 내야수 포지션을 배제할 수 없는 종목이다. 오히려 내야가 중심이 잡혀야 만 팀도 건실하게 돌아갈 수 있다. 그런 만큼 롯데 입장에서는 무게감이 떨어지는 내야진으로 생긴 야수진 양극화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간 내야진 선수들을 확실하게 육성하지 못한 구단의 책임이 크지만 당장의 성과를 위해서는 기존 자원들의 분발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
FA 시장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투자를 등한시 않은 롯데다. 리빌딩보다는 ‘윈 나우’에 시즌 구상의 방점이 찍혀져 있다. 야수진 양극화가 계속된다면 롯데의 구상도 어긋난다. 롯데는 내야진 보강을 위해 트레이드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지만, 이해관계의 접점을 찾기 힘든 만큼 거래가 성사될 지도 의문이다. 과연 롯데는 야수진 양극화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풀어내고 균형감을 찾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