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무비] '신과함께' 웹툰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2.20 14: 04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의 열렬한 팬들은 영화를 보고 좀 더 원작을 살린 전개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판타지 장르영화로서 충실한 재미와 감동을 추구하려 한 점은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의 큰 미덕이자 장점이다.
현재까지도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웹툰을 원작으로 했기에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신과 함께’는 원작과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장면도 있고, 판타지 드라마로 각색되면서 사라진 인물과 장면들도 있다. 설사 웹툰을 보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 함께 드라마를 즐길 수 있도록 제작 과정에 심혈을 기울인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과 정성이 느껴진다.
‘신과 함께’의 만화는 저승-이승-신화 편으로 이어지는 순서로 주호민 작가가 고민해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저승 편에서는 평범한 회사원 김자홍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난 이후, 49일 동안 저승에서 7번의 심판을 받는 과정을 그렸다. 49일은 사람이 죽은 뒤 49일째에 치르는 불교식 제사의례 49재를 의미한다.

동시에 억울하게 죽어 이승을 떠돌게 된 한 많은 원귀와 그들을 포섭하기 위한 저승 삼차사들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이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단테의 ‘신곡’처럼 저승 세계를 단계별로 묘사한 것이다. 영화화된 1편 '죄와 벌' 편에서는 자홍(차태현 분)이 소방관이라는 직업으로 변경됐고 그의 친동생 수홍(김동욱 분)이 추가됐다.
웹툰이나 영화나, 원작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겠지만, 상상만 해봤던 저승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적재적소에 배치된 농담과 패러디, 한국적 정서를 지닌 덕분에 러닝 타임 내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을 터.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죽음을 소재로 삼아 직접 본 적 없는 저승 세계를 맛깔나게 그렸다는 점에서부터 일단 보는 재미를 먹고 들어간다.
영화에는 걸출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특정 인물만 심하게 튀어보이지 않고 치고 빠지는 기법으로 적절한 조화를 이뤘다. 주연급 배우들이 특별출연하는 것도 예삿일이다. 비록 나오는 시간이 적더라도 누구 하나 섭섭하지 않도록 존재감을 심어줬다.
웹툰에 충실한 팬들이 영화에 실망하는 부분은 자홍의 저승 재판을 변호하는 신입 변호사 진기한의 부재 때문이다. 저승삼차사 리더 강림(하정우 분)이 해원맥(주지훈 분), 덕춘(김향기 분)과 함께 자홍을 저승으로 이끈 뒤 그가 유능한 진기한을 만나 비범한 방식으로 재판문을 하나씩 통과했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나도 앞으로 착하게 살아야겠다’라는 하나같은 반응을 보였다. 영화에서도 같은 이야기 전개방식으로 흘러가지만 진기한 캐릭터와 강림 캐릭터가 합쳐져 한층 뛰어난 저승차사로 재탄생했다.
그동안 타인에게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고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자홍이 저승에서 거치는 문들을 따라가다보면 순간순간 뜨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받는 막말을 해봤고, 친구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말도 던져봤으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그냥 지나친 적도 있어서다. 영상을 통해 본 이 같은 모습들에서 한층 더 높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살면서 저지른 수많은 일들이 저승에선 하나하나 죄의 무게로 되돌아온다. 이에 김자홍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해보고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웹툰이나 영화나 보는 사람들이 드는 생각과 교훈은 하나다. 간접 경험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조심스럽게 되묻는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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