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깝스’가 표방한 장르는 분명 ‘수사로맨스’다. 하지만 지금의 ‘투깝스’는 수사와 로맨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투깝스’는 뺀질한 사기꾼 공수창(김선호 분) 영혼이 무단침입한 정의감 있는 강력계 형사 차동탁(조정석 분)과 까칠 발칙한 여기자 송지안(혜리 분)이 펼치는 판타지 드라마다. 공수창과 차동탁은 운명의 연결고리로 묶였고, 송지안은 차동탁과 자꾸만 부딪힌다.
특히 이번 주 방송분에서는 차동탁과 송지안의 러브라인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처음엔 악연이었다가, 호감을 느끼는 사이가 된 두 사람은 차동탁의 키스로 갑작스레 핑크빛이 됐다. 영혼 공수창은 그런 차동탁에 질투를 느끼고, 차동탁에 빙의가 됐을 때 송지안과 키스를 해 결국 차동탁은 폭발하고 말았다.
사건을 해결하다가 갑자기 러브라인이 그려지고, 공조를 약속한 두 영혼(?)은 송 기자를 두고 급기야 삼각관계에 놓인다. 가다 서다의 반복이니, 시청자 시선에서는 그저 멀미가 날 수밖에. 사건 해결의 쾌감도, 러브라인이 설렘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이야기가 전환되다보니 어떤 감정선 하나에 몰입할 수 없게 됐다.
소재를 엮는 솜씨는 분명 참신했다. 빙의, 수사, 로맨스라는 키워드를 뜯어놓으면 진부하지만, 이를 하나로 엮은 스토리는 기대감을 올리기 충분했다. 초반에는 차동탁과 공수창이 알 수 없는 운명의 연결고리로 묶여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그려져 웃음을 주기도 했고, 사사건건 부딪히는 차동탁과 송지안의 러브라인도 그럭저럭 볼 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러브라인은 왜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됐는지 등의 충분한 설명을 주지 않고 급속도로 전개됐다. 시청자가 납득할 만한 사건이나 순간이 있어야 했는데 그토록 냉철했던 차동탁이 갑작스럽게 “사고 한 번 치겠습니다”라며 송지안에 키스를 하는 모습은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물론 젊은 남녀가 사사건건 부딪히며 정이 들 수는 있겠다. 사건 해결하랴, 러브라인 그리랴, 코믹 액션 보여주랴 바쁘디 바쁜 드라마는 이 ‘젊은 남녀의 정드는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니 더욱 시청자들이 어디서 몰입을 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게 되는 것이다.
‘투깝스’는 애초 담으려 했던 게 너무 많았다. 차라리 영혼의 공조 수사 스토리에 더욱 집중해 버디무비 느낌의 드라마를 만들었다면 쾌감이라도 느낄 수 있었을 듯하다. 하지만 빙의의 비밀도, 사건 해결도, 사랑도 해야 하는 ‘투깝스’는 수사로맨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친 꼴이 되고 말았다.
이제 절반을 지나온 ‘투깝스’. 아직 기회는 남았다. 차동탁과 공수창이 운명으로 엮이게 된 사건을 푸는 두 사람의 수사극이 활기를 띠게 된다면 시청자와의 소통이 더욱 원활한 드라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투깝스’가 남은 절반으로 만회를 할지 눈길이 모아진다./ yjh0304@osen.co.kr
[사진] ‘투깝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