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극 1위의 자리를 탈환한 KBS2 '저글러스'(연출 김정현, 극본 조용)의 미덕 중 하나는 '척'을 안 한다는 것에 있다. 멜로 없는 전문직드라마인 것처럼 보여주다가 결국 러브라인에 파뭍히고 마는 일부 드라마들과는 다르다. 남녀주인공의 러브라인은 이 드라마의 중심 축이다.
19일 방송된 '저글러스'에서는 '누가 봐도' 썸을 시작한 윤이(백진희)와 치원(최다니엘)의 멜로 라인이 더욱 뜨거워졌다. 상사와 부하직원, 집주인과 세입자라는 전혀 다른 관계 속에서 두 사람은 애정을 키우고 있다.
이날 윤이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생일케이크를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해)사람들 앞에서 엎어버린 치원 때문에 우울해했다. 이를 눈치채고 미안해하는 치원.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치원에게 윤이는 "비서따위한테 '고맙네, 미안하네' 그런말 하는게 자존심 상하냐"라며 "부서이동 하라는데 껌딱지처럼 달라붙어있는게 보기 싫어서 그런거면 부성 이동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치원은 "미워하지 않는다, 내가 이거밖에 안 된 못난 사람이라 그렇다"라며 결국 "그냥 나랑 있어줘라 지금처럼"이라며 윤이를 붙잡았다. 윤이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을 '심쿵'하게 만든 장면이다.
윤이는 치원을 위해 요리까지 직접했고, 치원은 윤이에게 자신의 스케줄 비번을 알려주며 앞으로 공유하자고 말했다. 대단한 변화. 윤이는 기쁨에 젖어 하루 종일 싱글벙글했고, 친구들은 이런 윤이에게 "그렇게 좋냐, 남상무가?"라고 기습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윤이는 자신도 모르게 "응"이라고 대답해 당황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밀고 당기는 핑크빛 로맨스는 계속됐다. 대문 열쇠를 두고 온 치원은 윤이에게 열쇠를 가지고 와달라 말했지만, 회식자리에 있던 윤이는 "세입자님 업무시간 끝난지가 언제인데요? 세입자가 집주인한테 대문열쇠를 가져오라마라 하냐"며 목소리를 높여 웃음을 자아냈다. 결국 치원은 회식자리에 왔고 집주인 윤이의 요구로 인해 노래까지 부르게 됐다.
그런가하면 치원은 윤이에게 기습고백하는 남자를 제압하는가 하면 특히 윤이에게 막말하는 보스(최대철 분)를 대신 응징해줬다. '누가 봐도' 보스가 아닌 이성적 남자의 모습이다.
이처럼 '저글러스'는 완벽한 전문직드라마를 목표로 로맨스는 철저히 배제한다면서, 은근슬쩍 멜로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고, 처음부터 빠르게 두 사람의 로맨스를 진행시키고 있다. 오피스 드라마로서 '비서의 세계'에 재미를 안기면서도 '너무 다른 두 남녀가 서로의 빈틈을 채워가며 완성해나가는 힐링 멜로' 역시도 잘 담아내고 있다. 더불어 캐릭터나 설정을 통해 '완벽한 판타지' 역시 전달한다. 굉장히 현실적이 면이 있으면서도 너무나 드라마같은 드라마가 바로 '저글러스'이다. /nyc@osen.co.kr
[사진] KBS, '저글러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