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양우석 감독 "'강철비',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얘기"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12.21 10: 44

시대를 관통하는 드라마 ‘변호인’으로 천만 관객에게 울림을 선사한 양우석 감독이 12월 스크린에 신작 ‘강철비’로 더욱 강력해진 한 방을 던진다. 한반도 최초의 핵전쟁 시나리오를 다룬 영화 ‘강철비’는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내려온다면’, ‘한반도에 핵전쟁 위기가 닥친다면’이라는 가장 비현실적인 상상을 가장 현실적으로 스크린에 펼쳐낸다. 예리한 통찰력으로 과감하고 논쟁적인 이야기를 뚝심있게 밀어붙인 ‘강철비’, 2017년 극장가에 등장한 가장 위험하고도 대담한 화두다.
인간을 이야기한 ‘변호인’, 그리고 상황을 그려낸 ‘강철비’, 두 영화 모두 진영의 논리에서 얘기하기 좋은 거리들이다. “하늘에 맹세코 진영이나 이념의 논리에서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양우석 감독이지만, 지난 정권을 통해 얻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강철비’ 역시 ‘변호인’처럼 진영 논리에서 바라보기 좋을 수 있어요. 북한이라는 이름 자체가 진영 논리에서 쉽게 사용하는 소재 아닙니까(웃음). 진영의 논리에서 북을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 지경이 된 거 아닌가 생각해요. 북은 우리에게 주적인 동시에, 통일해서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할 동포이기도 하죠. 정신분열에 가까울 만큼 간극이 있거든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강철비’는 상상력이라는 바로 그 힘에 보탬이 되고자 나온 영화예요.”

양우석 감독이 제안하는 ‘강철비’의 가장 확실한 관람법은 곽도원이 연기하는 곽철우의 눈에서 영화를 바라보는 것이다. 철저히 곽철우의 눈에서 그려지고, 곽철우의 상황에서 결정된 결말까지, 이 영화의 시점을 곽철우라고 생각한다면 ‘강철비’ 속 상황이 명쾌하게 정리될 것이라는 설명.
“곽철우의 직업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라는 점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죠. 외교라는 건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극대화하려는 자리거든요. 한국은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너무 정치과잉이기도 해요. 스탠스(stance)를 가지고 ‘강철비’를 보시지 말고, 곽철우의 눈으로 보시면 가장 완벽하게 영화를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곽철우의 눈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이익을 판단하시면 ‘강철비’는 굉장히 편한 영화예요. 내가 정치적으로 이쪽을 지지하지, 혹은 저쪽을 지지하지, 생각할 필요없이 매우 단순한 이야기거든요. 곽철우가 영화의 시점(POV, Point of View)일 수 있다는 거죠. 엄철우와 투톱 이야기긴 하지만, 결론은 철저하게 곽철우 캐릭터의 눈에 따라 가거든요. 곽철우는 자기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내밀었어요.”
북한에 쿠데타가 일어나고, 쿠데타를 통해 북의 새로운 권력이 되려는 이들은 미군의 대량살상무기를 탈취해 개성공단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는 남한으로 내려오고, 북은 쿠데타를 틈타 정전협정을 철회하고 선전포고를 한다.
결국 한반도에 닥친 핵전쟁의 위기 속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직 대통령과 정권을 이양 받을 차기 대통령의 이데올로기가 부딪히고, 한반도에 닥친 핵전쟁 위기에 미국과 일본, 중국이 서로 자신들의 입장만을 주장하며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는다. 북한에서 일어난 쿠데타라는 과감한 발상과 북핵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이슈가 만난 ‘강철비’는 영화 이상의 폭발력을 가진다.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에 대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얘기다. 그런데 아무도 안 하니까 이 얘기를 하는 게 시끄러워지는 것이다. 시끄러워지는 것을 무서워하면 비겁한 사회가 된다”고 단언했다. 이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인식이 처음이다. 대표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인식이다. 우리가 북한을 핵무장 국가로 인정하고 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몇 십 년 동안 정권이 바뀌어 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북한의 핵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비난하는 건 아니다”라며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하면 말이 안 된다.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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