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두환을 떠올리며…88둥이의 따뜻한 우정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12.20 18: 41

"계산서 어딨어?", "젓가락, 숟가락 챙겨야지." 야구 유니폼 대신 앞치마를, 야구공과 글러브 대신 펜과 종이를 들었다. '이두환 추모 자선 일일호프'가 벌써 5번째를 맞이했다.
'이두환 추모자선 일일호프'가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호프집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양현종을 비롯해 이용찬, 임익준, 이천웅, 김강 등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1988년 동기들 및 또래 선수들이 참가했다. 선수들은 2012년 12월 대퇴골두육종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이두환을 추모하고, 암 환자들의 치료비를 모금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올해로 5년째 이 행사를 진행해왔다. 

오후 5시 30분. 오픈을 앞두고 선수들은 바삐 움직였다. 가게 앞은 팬들로 이미 문전성시였다. 25개의 테이블이 있는 가운데, 순식간에 대기 번호는 150번대를 향해 갔다. 자리를 구한 팬들은 아쉬움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이 눈앞에 보이자 이내 박수와 환호로 맞았다.
1시간 전부터 기다렸다는 김민정(23) 씨는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 함께해서 영광"이라며 "가까이에서 선수를 보니까 너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에 참석한 지승민(29) 씨 역시 "뜻깊은 행사인 만큼, 매년 함께하고 싶어서 올해도 왔다"라며 "선수들이 친구를 위해서 함께 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흐뭇해했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를 비롯해 각종 시상식 참가로 바쁜 하루를 보냈던 양현종은 자리를 빛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양현종은 "1년에 한 번씩 (이)두환이를 생각하면서, 조금 더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처음 이 '일일호프'를 열게 됐다. 매년 두환이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해 대표팀 이름으로 기부를 하곤 한다"고 취지를 밝히며 "아무 사고없이 잘 마무리해야 두환이도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팬들이 오셔서 뜻깊고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양현종은 "김광현이 오늘 개인 사정으로 못 와 많이 미안하다고 문자가 왔다. 그렇지만 결혼한 선수들이나 지방에서도 많은 동료들이 이날을 위해 늦더라도 참석하기로 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 bellstop@osen.co.kr
[사진] 논현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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