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선택’ 허프의 日 미래, 밴덴헐크일까 밴헤켄일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21 06: 02

LG를 떠난 데이비드 허프(33)가 일본프로야구 도전을 선택했다.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는 하지만 성공 여부를 확신하기는 이르다. 일본 진출 후 대박을 터뜨린 사례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허프로서도 분명히 모험이다.
야쿠르트는 “전 LG 출신 투수 데이비드 허프를 영입했다”고 20일 공식 발표했다. 구단 측은 정확한 계약 조건을 밝히지 않았으나 일본 언론에 따르면 1년간 보장 130만 달러(약 14억 원)에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등번호는 45번이다.
야쿠르트의 제시액은 LG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LG는 2017년 연봉 협상서 허프와 기본 140만 달러, 그리고 약 30만 달러의 인센티브 조항에 합의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제시를 했다. 그러나 허프는 이미 야쿠르트와의 접촉을 통해 이만한 카드는 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국에 남는 조건으로 더 화끈한 금전적 대우를 원했다. 2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LG는 협상을 포기했다.

비슷한 금액이라면 일본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서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선은 암묵적으로 200만 달러 정도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첫 해 연봉은 비교적 박한 편이지만, 1년차에 확실한 실적을 내면 곧바로 수직 상승한다. 허프의 이적도 2018년 당장보다는 2019년 이후를 내다본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 한편으로 야쿠르트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허프는 1년차부터 비교적 후한 대접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허프 이전에 일본 무대에 도전한 몇몇 외국인 선수도 같은 단계를 밟았다. 릭 밴덴헐크는 2015년 시즌을 앞두고 소프트뱅크와 2년 4억 엔 계약을 맺었다. 당시 삼성도 밴덴헐크에 비슷한 금액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밴덴헐크는 일본을 선택했고 좋은 실적을 낸 끝에 2016년 시즌 도중 3년 12억 엔(당시 환율 기준 약 132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따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다.
허프는 밴덴헐크의 사례를 참고했을 것이다. 야쿠르트는 자금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팀이지만 2018년 좋은 성과를 내면 빅마켓 클럽들의 구애를 받는다. 특히 요미우리나 소프트뱅크의 눈에 들면 대형 계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실패하면 자신의 가치가 크게 깎일 가능성이 있다.
2013년 뛰어난 성적을 낸 크리스 세든은 2014년 요미우리와 1년 8000만 엔에 계약했다. 1년차 연봉은 오히려 SK의 제시액보다 낮았다. SK도 100만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베팅했다. 당장의 이득보다는 1년차 성공 이후의 대박을 꿈꾼 셈이다. 그러나 일본야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1년 만에 퇴출됐다. 그 후 갈 곳을 잃고 대만까지 흘러가야 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왔지만 예전만한 구위는 아니었다.
20승 투수인 앤디 밴헤켄도 2016년 시즌을 앞두고 세이부와 1년 약 12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하지만 밴헤켄 또한 일본무대에 적응하지 못해 1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2016년 시즌 도중 한국으로 돌아왔고, 넥센에서 뛰다 올해를 끝으로 팀에서 방출됐다. 나이도 나이지만, 일본에서의 반년이 자신의 경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했다.
세든, 밴헤켄의 공통점은 일본에서의 실패가 선수 가치의 하락으로 직결됐다는 것이다. 세든의 2016년 연봉은 5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40만 달러)였다. 밴헤켄의 올해 연봉 총액은 90만 달러였다. 허프도 내년에 만 34세의 적지 않은 나이다. 일본에서 실패하면 허프가 갈 곳은 사실상 KBO 리그, 보류권을 가지고 있는 LG다. 이 경우는 일본과의 경쟁이라는 요소가 사라져 구단이 갑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사정까지 고려하면 허프도 모험을 택한 셈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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