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외인 이적’ 韓日 격차 확인, 너무 잘 해도 고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21 11: 00

오프시즌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KBO 리그와 일본프로야구(NPB)의 격차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KBO 리그 구단들로서는 소속 외국인 선수가 너무 잘 해도 고민이다.
올 시즌 KBO 리그에서 뛰었던 윌린 로사리오(28)와 데이비드 허프(33)는 나란히 NPB 구단으로의 이적을 확정지었다. 지속적으로 일본의 러브콜을 받았고, 결국 한국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로사리오는 한신, 허프는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고 2018년 그라운드에 선다.
두 선수의 이적은 여전히 큰 두 리그간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우선 로사리오는 한 수 위의 머니 파워를 당해내지 못한 전형적 케이스다. 4번 타자 및 장타력 부재에 시달리던 한신은 로사리오에 초대형 계약을 제시했다.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올해 4억 엔(약 38억3000만 원), 내년에는 4억5000만 엔(약 43억 원)을 수령하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한화도 2년간 뛰어난 성적을 낸 로사리오의 잔류를 원했다. 그러나 한신의 제안을 따라가는 것을 불가능했다. 일찌감치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대체 외인 물색으로 방향을 틀었다. KBO 리그를 밟는 외국인 선수의 연봉도 많이 오른 추세지만, 2년 800만 달러를 보장할 수 있는 구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은 가능하다.
허프는 야쿠르트와 1년 130만 달러(약 14억 원)에 추가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역시 추정인데 일본 구단들도 1년차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축소해 언론에 흘리는 경향이 있다. 표면적으로 LG가 최종적으로 제안한 금액(연봉 140만 달러+옵션 추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같은 금액이라면 일본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일본은 1년차 외국인 선수에게 많은 금액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검증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년차부터는 연봉이 크게 오른다. 올해 요미우리로 이적한 알렉스 게레로의 사례만 봐도 실감이 난다. 올해 1억5000만 엔을 받은 게레로는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오른 뒤 요미우리와 2년 8억 엔(추정)에 계약을 맺었다. 연봉이 두 배 이상 뛰었다.
한국에서는 200만 달러 이상을 받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실적에 따라 미국에서 뛰는 것 이상의 돈을 받을 수도 있다. 한 구단 외국인 담당 관계자는 “일본 구단의 오퍼를 받은 선수들의 경우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해야 잡을 수 있을까 말까다. 일본의 인상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안 가는 대신, 그만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로사리오와는 다른, ‘위상’과 ‘확장성’의 벽이다.
실제 이러한 금전적, 미래적 조건 때문에 한국에서 성공한 외국인 선수들은 상당수 일본 무대를 밟았다. KBO 리그의 외국인 선수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 성공한 선수들은 일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자연히 일본 구단 관계자들이 KBO 리그 경기장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너무 잘 해도 협상의 측면에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크리스 세든, 레다메스 리즈, 릭 밴덴헐크, 앤디 밴헤켄, 야마이코 나바로 등 한국에서 활약했던 외인 선수들은 일본 구단의 오퍼에 손을 잡았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무조건 일본행이었다. 세든이나 나바로의 경우는 오히려 KBO 리그 구단들의 제시액이 일본 구단 표면적 발표액보다 많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대박’의 유혹을 이겨내기 쉽지 않았다. 밴덴헐크는 실제 3년 12억 엔에 재계약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이에 KBO도 외국인 선수 다년계약을 허용해 제도적인 보호막이라도 갖추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구단들은 섣불리 이 안을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도 일본이 관심을 가질 법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암암리에 사실상 다년 계약을 맺거나 ‘1+1년’ 계약을 통해 여지를 남겨두는 경우들이 있다. 오히려 그럴 실력도 안 되는 선수들이 다년 계약을 대놓고 요구할 수도 있어 공식적인 개정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쨌든 한·일 격차는 엄연한 현실이고, 앞으로도 한국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일본으로 가려는 속내를 가진 선수들은 계속 나올 전망이다. 조금 나쁘게 말하면, 오히려 KBO 리그가 외국인 선수들의 보험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냉정한 프로 논리에 마땅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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