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상경해 아이돌 멤버로 팀을 이끌었다. 공식 해체는 아니지만 형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그 역시 친정을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이제 누구보다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그다.
제국의아이들로 2010년 데뷔해 최근 OCN '블랙'에서 오만수 캐릭터를 소화한 김동준의 이야기다. 송승헌, 고아라와 함께 '블랙'을 무사히 마친 김동준을 최근 OSEN 사옥에서 만났다. 건실하고 긍정적인 매력의 소유자, 그와 나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
◆"5개월간 호되고 값진 촬영"
죽음을 보는 여자 하람(고아라 분)과 저승사자 블랙(송승헌 분)의 생사예측 미스터리물 '블랙'에서 김동준은 사연 많고 기구한 재벌2세 오만수 역을 맡았다. 김홍선 감독의 픽으로 캐스팅 된 그는 첫 대본 리딩 때엔 호되게 혼났지만 마지막엔 뜨겁게 칭찬을 받았다.
"리딩 때 너무 긴장했어요. 많이 혼나니까 자신감도 떨어지고 '멘붕'이 오더라고요. 반 사전제작이라 연기 모니터도 못하겠고 미치는 줄 알았죠. 그래서 그냥 대본을 부둥켜 안고 잤어요. 눈 뜨면 대본부터 읽었고요. 5개월 동안 주변에서 놀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사람 죽으란 법도 없다며 이겨내게 되더라고요. 종방연 때 감독님, 선배님들이 만수 수고했다고 해주셔서 울컥했어요."
"인간적인 재벌2세를 그리고 싶었어요. 엄마와 떨어져 아버지랑 살게 됐지만 집에서 왕따인, 그러면서도 그걸 감추려고 밝은 척 허세도 부리는 만수였죠. 김홍선 감독님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리 대장님이 많이 가르쳐주셨죠. 부담감이 컸는데 5개월간 호되게 촬영해서 뿌듯합니다."
◆"잘 버텼다 칭찬해주고파"
김동준은 오만수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한몸에 받았다.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친구 오십견이 죽을 때나 형 만호(최민철 분)에게 굴욕 당하고 맞을 때 오열하는 신 등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완벽하게 자극했다.
"감정신은 현장에서 몰입하려고 애썼어요. 목숨처럼 소중한 강아지를 살리기 위해 그깟 무릎 정도야 꿇어야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심경이라 펑펑 울었는데 감독님이 컷 하고 '어린 놈이 뭐 그렇게 한이 많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선생님들께도 많이 배우고 개랑도 호흡을 맞추는 좋은 경험을 했네요 하하."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은 말은 '잘 버텼다', '많이 배웠다', '감사한 줄 알아라'예요. 리허설만 봐도 배우분들 덕분에 배우는 게 많았거든요. 촬영장이 재밌고 감동적이기도 했고요. 선배들 보면서 제가 연기 구멍이 될까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동준아 눈이 참 좋았다', '넌 만수였다' 이런 칭찬을 해주셨는데 진짜 감사합니다."
◆"이제 걸음마 시작"
김동준 말처럼 '블랙'은 쉽지 않은 촬영장 분위기에도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똘똘 뭉쳐 무사히 18부작을 마쳤다. 송승헌은 팔색조 저승사자 연기로 '인생캐'를 만났다는 평을 들었고 고아라도 첫 장르물 도전을 성곡적으로 해냈다. 김동준은 두 말 하면 잔소리.
"송승헌 형은 너무 잘생겨서 리딩 때 처음 보고 놀랐어요. 생얼에 흰 셔츠를 입었는데 진짜 연예인 같더라고요. 촬영 때에도 신기해서 계속 따라다녔죠. 고아라 누나도 정말 예뻤고요. 연예인들을 보는 느낌이었어요(웃음). 현장 분위기는 물론 좋았죠. 감독님이 수장으로서 전체적인 지휘를 멋지게 해주거든요.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배우들이 많아요. 저 역시 그렇고요."
"사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세상이 발칵 뒤집혀질 정도로 '블랙'의 시대가 올 거라고 기대했는데 하하. 지금도 충분히 감사하지만요. 제게는 '블랙'이 첫 걸음마 같은 작품이에요. 지금까지는 뒤집기 하고 기어다녔다면 이제 걷기 시작한 느낌이죠. 아이돌 편견? 그런 건 제가 깨야 하니까 무한한 노력과 연습밖에 없었죠. 7년째 연기하고 있는 저는 신인 배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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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메이저9 제공, O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