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두산 베어스의 내야수가 좀 더 긴장해야 될 듯싶다.
두산은 올 시즌 어깨 부상으로 3승 5패 평균자책점 4.64로 부진했던 마이클 보우덴과 결별하고 내년 시즌을 이끌 새 외국인 투수로 세스 후랭코프(29)와 총액 85만 달러(계약금 10만, 연봉 75만)에 계약을 맺었다.
두산은 "키 195cm, 체중 90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후랭코프는 140km/h의 중후반대의 직구를 비롯해 싱커와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을 구사한다. 특히 변화구 제구력과 구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금액에서 알 수 있듯 후랭코프는 흔히 이야기하는 ‘특급 외인’은 아니다. 2010년 27라운드라는 낮은 지명 순위로 오클랜드에 입단한 그는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이 단 1경기에 불과하다. 그것도 지난 6월 10일(한국시간) 콜로라도전에 나와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해 패전을 떠안았다.
커리어의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그는 그마저도 불펜으로 주로 나섰다. 마이너리그 통산 266경기 등판한 그는 선발로는 70경기에 나섰다. 이닝 소화력 역시 물음표가 달린 상황.
여러 불안 요소가 있지만, 두산은 후랭코프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능력’에 주목했다. 바로 땅볼 유도에 능하다는 점이다. 후랭코프는 마이너리그 통산 그라운드/플라이볼 비율이 1.40으로 땅볼 비율이 높았다. 특히 트리플A 59경기(22경기 선발)로 나와 165⅓이닝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한 가운데 땅볼 유도 비율은 1.43로 높았다.
땅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내야진의 안정적인 수비가 동반돼야 한다. 일단 두산 내야진의 수비는 KBO리그 구단 중 상위에 속한다. 2루수 오재원, 유격수 김재호, 3루수 허경민 모두 국가대표 출신으로 수비에서만큼은 일가견이 있다. 두산 관계자 역시 후랭코프 영입 당시 "리그 최고 수준의 내야진을 갖추고 있는 만큼 땅볼 유도형 투수인 프랭코프와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오재원, 김재호, 허경민 모두 올 시즌 화려한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오재원은 올 시즌 127경기에서 타율 2할3푼7리로 부진했고, 허경민 역시 130경기에서 타율 2할5푼7리로 주춤했다. 김재호는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91경기 출장에 그쳤다.
결국 '국가대표 내야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올해와 다르게 이들의 반등이 필요하다. 올 시즌 오재원의 공백을 채웠던 최주환이 공·수 모두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준주전급으로 역할을 한 류지혁도 국제 대회를 경험하면서 한층 성장했다. 김재호와 오재원, 허경민으로서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년 시즌 반등이 절실하게 됐다.
이들 모두 규정타석 3할을 달성했었던 경험이 있다. 그만큼 좋은 수비를 보여주면서 3할대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 두산의 내야수들이 타격에서 제 역할을 해준다면 두산의 정상 탈환 플랜도 한층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과연 두산의 '신입' 후랭코프는 내년 효자 외국인 선수 대열에 들 수 있을까. 동료들도 함께 해야한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