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발견, 대한항공의 두 토끼 사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22 05: 49

“김학민의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거의 다 준비가 됐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21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3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토종 주포인 김학민의 상태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이날 1세트 선발에서는 제외했다. 비중이 있는 경기인 만큼,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겠다”는 게 박 감독의 생각이었다. 대신 정지석과 짝을 이루는 레프트 한 자리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성민(23)이 선발 출장했다.
박 감독은 “김성민이 부진하면 언제든지 김학민이 들어갈 수 있다”고 전략을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김학민이 들어가 비중 있는 임무를 할 기회는 없었다. 그만큼 김성민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다. 김성민은 이날 1세트에서만 6점(공격성공률 83.33%)을 기록하는 등 12득점을 올린 끝에 팀의 세트스코어 3-2 승리에 일조했다.

빠른 발과 간결한 스파이크가 돋보이는 김성민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곽승석의 부상과 김학민의 부진으로 투입된 대타에 가깝지만, 12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9득점, 그리고 16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11득점을 기록하며 팀 연승에 힘을 보탰다. 16일은 프로 데뷔 후 첫 한 경기 두 자릿수 득점. 그리고 이날 자신의 득점 신기록을 또 다시 갈아치우며 팬들을 설레게 했다.
인하대 시절부터 공격에 있어서는 인정을 받은 선수였다. 2016-2017 신인드래프트 당시 대한항공의 1라운드 지명(전체 4순위)을 받았다. 신영수 김학민의 후계자로 점찍었다. 다만 자타가 공인하는 두꺼운 레프트 선수층을 가진 대한항공이었다. 출전 시간 자체를 잡기가 어려웠다. 지난 시즌을 통틀어 단 4경기에 나갔고, 득점도 4점뿐이었다.
그러나 김성민은 긍정적인 시선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텼다. 김성민은 “워낙에 뛰어난 형들도 많고 팀 내에 레프트가 많다. 배우자는 자세로 임했던 것 같다.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떠올렸다. 오히려 팀 레프트에 좋은 선수들이 많았기에 선배들의 각자 다른 장점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었다.
아직은 미완이다. 김성민은 이날 1세트 이후 공격 흐름이 처졌다. 실수도 자주 나왔다. 하지만 박기원 감독은 전혀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김성민은 우리 팀에서 실수를 해도 되는 권한을 가진 선수”라고 미소 지었다. 뛰는 것 자체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나이인데, 벤치에서 굳이 압박을 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박 감독은 “집중력이 지속되지 않는 것인데 이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김성민은 경기를 하면 할수록 나아질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감싸 안았다.
김성민도 “1세트에 워낙 잘 돼서 2세트에 욕심을 냈다. 그러다 보니 범실도 많이 나왔던 것 같다”고 멋쩍게 웃으면서 “선배들의 컨디션이나 부상 때문에 기회가 온 게 사실이다. 기회가 왔을 때 보여줘야 다음에 교체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더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상황에만 집중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팀의 승리, 젊은 자원의 가능성을 모두 잡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두 토끼 사냥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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