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김현수 눈물, 이적시장에 ‘절대’는 없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22 06: 40

이번 오프시즌에서 나란히 프리에이전트(FA) 대박을 터뜨린 강민호(32·삼성)와 김현수(29·LG)는 나란히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훔쳤다. 드러나지 않은 속내까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기쁨의 눈물이 아니었다.
강민호와 김현수는 그냥 스타가 아니었다. 소속팀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팬들의 자랑이었다. 강민호는 2004년 롯데의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은 뒤 14년 동안 롯데의 안방을 지켰다. 메이저리그(MLB) 2년 경력 때문에 다소 단절된 감은 있지만, 김현수 또한 두산의 상징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두산의 신고선수 지명을 받았고 MLB 진출 전까지 두산의 핵심 타자로 활약했다. 두 선수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절대적이었다.
프랜차이즈와의 이별은 많은 논란과 아쉬움, 또는 섭섭함을 낳기 마련이다. 강민호와 김현수가 눈물을 흘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강민호는 지난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 당시 수상소감에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현수도 21일 LG 입단식에서 MLB에 대한 미련, 그리고 두산에 대한 감사함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FA 이적에 대한 분위기는 상당 부분 바뀌어가고 있다. 금전적 이득을 쫓은 프랜차이즈들의 이적이 ‘배신자’의 오명을 뒤집어쓰기 딱 좋을 때도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제는 이적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냉정한 비즈니스 논리에 대한 이해도가 커진 시대다. 오히려 비난은 이들을 잡지 못한 팀에 쏟아진다.
강민호와 김현수의 이적은, 이적시장에서의 ‘절대적 믿음’은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선수는 어느 팀 소속”이라는 개념은 희미해지고 있다. 이는 최근의 뚜렷한 흐름이기도 하다. 떠나지 않을 것 같았던 프랜차이즈 스타들은 더 좋은 대우를 하는 팀으로의 이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매년 팬들을 충격으로 빠뜨리는 이적 사례가 나온다. 롯데, 삼성, SK, 두산 팬들은 팀을 대표했던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연이은 이탈을 지켜봐야 했다. 거의 대부분 원소속팀과 계약을 했던 FA 제도 초창기와는 사뭇 달라졌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오히려 더 심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금도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에이전트들이 ‘공식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협상 과정에서 구단이 선수와 단 한 차례도 만나지 못하는 일도 가능하다. 메이저리그(MLB)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 에이전트의 목표는 선수의 수익 극대화다. 프랜차이즈 논리는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내년에도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잔류와 이적 사이의 기로에 설 것이다. 더 이상 정에 호소할 수 없음을 아는 각 구단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박용택(LG)이나 김태균(한화)처럼 FA를 2번 거친 선수가 원 클럽맨으로 남는 사례는 많이 사라질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김현수(왼쪽)-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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