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봤는데 덩치가 거인이더라. 국내에 있을 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유소년 야구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이만수(59)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은 올해 전국의 아마추어 팀들을 찾으며 숱한 재능기부를 했다. 그 전국일주 와중에 가장 인상이 깊었던 선수가 세광고에 있었다. 바로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NC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포수 김형준이었다. 범상치 않은 체구에 기술적으로도 큰 잠재력까지 갖추고 있었다는 게 이 이사장의 회상이다.
22일 ‘이만수 포수상’ 시상식에 참가한 이 이사장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선수였다. 재능기부차 세광고에 갔을 때 블로킹, 캐칭, 송구 등 여러 가지를 시켜봤다. 모두 잘 하더라. 저 정도 선수면 대형포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다듬어야갰지만 타격도 괜찮을 것이다”고 떠올렸다. 결국 성남고 전경원(SK 입단)과 저울질을 하다 1회 이만수 포수상 수상자로 김형준을 낙점했다.
이 이사장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불세출의 포수 출신이다. 그런 이 이사장이 한 눈에 반해 낙점했다는 것에서 김형준의 잠재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포수가 될 것"이라고 잔뜩 기대했다. 22일 수상의 영예를 안은 김형준은 이런 호평에 “엄청나게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운을 떼면서 “프로에 가서도 기대에 보답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위해 착실히 개인 훈련을 하며 프로 첫 시즌을 준비 중이다.
신인 선수는 팀에 1월 1일 이후 합류할 수 있다. 김형준도 “1월 3일 구단에 합류한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 사이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충실히 하고 있다. 여건과 날씨 때문에 기술훈련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심으로 한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김형준은 “전국체전이 끝나고 11월부터 하루 3~4시간 정도씩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준은 “키가 더 크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지만, 체격은 지금도 좋다. 이제는 고교 선수의 몸이 아닌, 프로의 몸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다. 근육을 만드는 데 힘을 쓰고 있다. 그래도 아직 프로는 미지의 세계다. 김형준은 “프로생활이 기대는 되는데, 실감은 나지 않는다. 프로에 들어가 훈련을 해보면 비로소 프로선수가 됐다는 느낌이 날 것 같다”고 웃는다. 얼굴에는 설렘도 있고, 긴장감도 있다.
포수는 상대적으로 육성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신인선수가 곧바로 이름을 날리기는 쉽지 않다. 김형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겠다는 생각이다. 경험이 없기에 막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성실하게 부딪히면 따라올 것이라 믿고 있다. 김형준은 “훈련량이 많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부분은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NC는 주전포수 김태군이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그렇다고 백업진이 아주 강한 것도 아니다. 당장은 물론, 미래의 포수진에도 고민이 있다. 2차 1라운드 지명에서 보듯 김형준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크다. 그 기대치를 채우기 위한 출발점에 선 김형준이 이만수 포수상의 가치까지 드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