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지루하게 흘러가고 있다. ‘줄다리기’라는 표현조차 쓸 수 없을 정도다. 사실상 올해는 협상 창구가 닫힌 가운데 양쪽 모두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KBO 리그에서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들은 총 18명(김현수 황재균 제외)이다. 이 중 22일까지 계약을 한 선수는 9명에 불과하다. 자격이 공시된 지 40일이 넘는 시점까지도 계약률이 50%에 머물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미계약 선수가 이렇게 많은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선수마다 온도차가 뚜렷하다. 손아섭(롯데·4년 98억 원), 강민호(삼성·4년 80억 원), 민병헌(롯데·4년 80억 원) 등 ‘대어’들은 일찌감치 계약을 마무리했다.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접고 돌아온 김현수(LG·4년 115억 원)와 황재균(kt·4년 88억 원)도 무난히 새 소속팀을 찾았다. 하지만 이른바 ‘준척급’ 선수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파 실감이다.
일단 계약기간에 이견이 있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은 1년이라도 더 보장 받는 것을 원한다. 총액과도 연관이 있지만, 팀 내 입지에도 영향이 크다. 30대 중반에 이른 베테랑 선수들은 더 그렇다. 하지만 구단들은 1~2년 정도의 안을 제시한 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남은 선수 중 옵션 제외, 3년을 보장 받은 선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협상 자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협상의 주도권은 구단이 쥐고 있다. 이미 외부 수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의윤(SK)과 NC 소속 세 선수의 계약을 보면서 이것은 확신에 이르고 있다. 급할 것이 없다. 다만 FA 협상은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내년 1월까지만 계약하면 된다. 이에 선수들도 어차피 여기까지 온 것, 좀 더 기다려보자는 태도다.
상황이 공전을 거듭하자 몇몇 대안이 나오고 있다. 몇몇 팀들은 “보상선수를 받지 않고, 보상금만 300%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보상금보다는 보상선수에 민감한 점을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전혀 호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외부 FA에는 관심이 없다”는 기조가 더 굳어지고 있다.
일단 계약을 하고, 곧바로 트레이드를 하는 안을 구상한 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FA는 계약 후 트레이드가 가능하다. ‘사인 앤 트레이드’다. 이 경우 구단들은 연봉 부담과 보상 부담을 맞교환한다. 원 소속구단은 잉여전력을 정리하면서 선수도 얻을 수 있다. 트레이드 매물의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기에 영입구단의 부담도 덜하다. 카드를 잘 맞추면 서로 이득을 볼 수 있다. 선수도 뛸 곳을 얻는다. 하지만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트레이드가 될 리가 없다. 원론적인 수준에서 한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남은 기간 협상 타결 소식이 들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구단들은 지난 주 이미 종무에 들어갔다. 협상에 필요한 인력들이야 남아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추진력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도 휴식을 취하며 개인 훈련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결국은 구단들의 뜻이 상당수 관철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skullboy@osen.co.kr
[사진] 채태인(왼쪽)-최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