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다"
샤이니 종현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가 남긴 유서가 남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지난 18일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남긴 유서에는 종현이 생전 얼마나 홀로 우울하고 힘들었는지 감히 가늠해 볼 수 있다.
샤이니 데뷔 10주년을 앞둔 종현이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으며 마의 7년을 넘어 장수돌로 자리매김했던 바.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종현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우울함이 갉아먹었다. 종현은 유서에서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며 힘들었던 속내를 뒤늦게 토로했다.
그가 떠나고 많은 이들이 슬퍼했다. 그리고 그의 유서를 여러 아이돌 멤버들이 공감했다. 에이핑크 정은지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 종현을 떠올리며 "깊은 친분이 있는 게 아니었는데도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유서가 공개됐는데 무서운 건 동료 친구들도 그 내용에 공감하고 있더라. 우울이라는 감정과 스스로 자신을 갉아 먹히는 기분이라는 게 공감이 된다는 동료들을 보면서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아이돌은 누구보다 화려한 무대 위 조명을 받으며 셀 수 없이 많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존재다. 어린 나이에 천문학적인 수입을 벌어들이기도. 그래서 요즘 청소년들은 연예인을 선망의 직업 1위로 꼽을 정도로 이들을 동경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빛 만큼 그림자도 큰 직업이다. 투애니원 씨엘 역시 "전 세계 투어를 돌며 열광적인 무대에서 내려와 호텔 방에 들어오면 이명이 시작된다. 마음과 정신이 불안정해져서 향초를 켠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위태로운 아이돌이 많은 셈. 이번 종현을 떠나보내며 팬들은 남은 이들을 걱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종현처럼 이전에 자작곡을 통해 자신의 속내를 알게 모르게 담아냈던 아이유, 지드래곤, 태연 등의 멘탈을 걱정하기도.
시쳇말로 '연예인 걱정이 제일 쓸데없다'고 한다. 하지만 종현처럼 소리없는 아우성을 알아채지 못해 아까운 별을 하나 더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목소리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부와 명예, 인기와 많은 걸 얻은 아이돌 멤버들이지만 상대적으로 무대 아래에선 상대적으로 더 큰 공허함과 우울증을 겪는지도 모를 일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불타오르네'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