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의 대결이다.
'KBS 연기대상'이 코 앞으로 다가와 호사가들이 대상 배우를 점치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들의 강력한 대결 역시 눈길을 끄는 것. 그 주인공은 현재 방송 중인 '황금빛 내 인생'의 천호진과 앞서 인기리에 종영한 '아버지가 이상해'의 김영철이다. 두 연기자 모두 주말드라마 시청률 견인에 한 몫했다.
일단 '황금빛 내 인생'의 서태수(천호진)는 회가 거듭될수록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친딸과 가짜딸을 바꿔치기하고 이것이 들통나며 겪었던 심적 고통, 딸의 가출에 무너진 억장, 자식에 대한 서운함과 미안함 등이 점철된 아버지의 모습을 천호진은 내면적으로도 외면적으로도 진정성 있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3일 방송에서는 자신의 위암을 확신하고 죽음이라는 선물을 받았다며 미소를 보이는 모습으로 안방을 눈물짓게 했다.
아들들은 '자식들은 서포트해줄 만한 능력있는 부모'가 아닌 아버지를 두고 부모의 노후를 걱정했고, 서태수는 이런 자식들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더불어 서태수는 계속 가슴 통증을 겪고 있던 가운데 앞서 친구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위암 3기 수술을 받았던 친구가 말한 모든 증상을 서태수 역시 고스란히 겪고 있었다. 서태수는 위암 3기 수술을 받고 두 달 만에 사망한 모친까지 떠올렸다.
자신 역시 위암에 걸렸다고 확신한 서태수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려 보는 이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본 구세군 냄비 봉사자가 “어르신 좋은 일이 있으신가 보다”며 말을 걸어오자 서태수는 “좋은 일이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인가 보다. 휴식을 주셨네요”라며 크게 웃어보였다. 죽음을 휴식이라 표현한 서태수. 가슴 아프면서도 리얼하게 다가온 아픔이었다.
"그 웃음은 노후에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빨리 죽게 되는것에 대한 안도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 아팠다", "진짜 껍데기만 남았다는 표현이 딱 맞을까..너무 허무하고 짠하다", "너무 슬프고 공감 됐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와 더불어 천호진이 이번 KBS연기대상의 주인공이어야한다는 의견 또한 많았다. 진부한 소재를 감동의 힘으로 이끄는 것에는 배우의 역할이 크다.
천호진에 앞서 '이 시대 아버지들의 마음'을 여실히 드러내며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든 이는 '아버지가 이상해'의 김영철이다.
지난 3월 첫 방송을 시작해 6개월 대장정의 막을 내린 이 드라마는 시청률 기근 현상에 허덕이는 방송가에서 30%가 넘는 성적으로 '국민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아던 바다. '아버지가 이상해'의 성공이 '황금빛 내 인생'의 인기 후광에 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아버지가 이상해'의 흥행에는 배우들의 열연이 큰 역할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진 것은 대상 수상 배우 다웠던 김영철이었다. 그는 극 중 평생 일과 가족만 알고 살아온 자식바보이자 아내바보 변한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하지만 이 아버지에게는 말할 수 없던 비밀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누명을 쓰고 40여 년간 괴로움 속에서 친구의 신분으로 살아왔던 것. 이를 감추고 살아갔지만 결국 세상에 알려진 후 자식 걱정에 눈물짓는 아버지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김영철은 궁예와 김두한 등 주로 강한 역할을 맡아온 것과 달리, 자상하고 부드러운 모습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늘 침착하던 아버지 변한수의 설움이 법정에서 폭발한 이른바 김영철의 법정 오열신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연기력과 인지도, 작품 흥행 여부 등이 대상 주인공을 결정하는 연말 시상식에서 이 두 배우는 가능성 있는 대상 수상자로 꼽히고 있다. 누가 타든 부정할 수 없는 '당연한 수상'이다. 아니면, 자식들에게 연기대상의 영광마저 양보하게 될 지, 지켜볼 일이다. /nyc@osen.co.kr
[사진] OSEN DB, KBS2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