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이 무서운 속도로 흥행 중이다. 2017년 막바지에 개봉해 극장가를 집어삼키고 있는 이 영화가 한국영화계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신과 함께'는 지난 23일 하루동안 전국 96만 6,148명(영진위)의 관객을 동원, 박스오피스 정상을 수성했다. 누적관객수는 228만 8,050명. 개봉 4일만에 200만, 5일만에 300만 돌파의 쾌거를 이뤘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신과함께'는 저승에 온 망자 김자홍(차태현)이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웹툰을 그대로 스토리화한 것은 아니다. 극의 설정과 캐릭터 변화가 있었다. 원작 팬들의 충성도가 워낙 높은 작품이기에 이런 변화 역시도 큰 관심을 모았던 바다.
베일을 벗고 대중을 만난 '신과 함께'는 현재까지의 진행만 보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성공적 성적표다. 손익분기점이 약 60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1편이 잘 돼야 순탄하게 미리 찍어둔 2편을 공개하는 제작진으로서는 한숨 돌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신과 함께'는 성공과 더불어 그가 지닌 몇몇 의미가 더욱 두드러지게 됐다. 일단 이 작품은 한국영화 CG 기술의 새 장을 여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신과 함께'에서 할리우드 영화에 맞먹는 고도의 특수효과를 선보여 그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 덱스터 스튜디오의 수장은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이다.
더불어 한국형 신파 블록버스터 장르의 인정, 혹은 재평가를 이끄는 작품인 것으로 보인다. 김용화 감독의 전작 '미스터 고'의 뼈아픈 실패는 이 작품의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두 작품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신파'의 존재다.
'신파'는 '신과 함께'의 큰 특징이자 무기이다. 가족과 용서의 이야기를 담은 '신과 함께'는 후반부로 갈수록 뜨거워진다. 마치 '이래도 안 울어?', '울어라 울어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파'는 한국 관객들에게 크게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이자 장르이다. 연극에서 온 '신파극'이란 장르는 관중의 취향에 영합하려는 의도에서 예술성보다는 흥행을 위주로 한 연극을 말한다. 저속한 흥미본위의 극이라는 뜻. 영화로서는 다소 과장된 설정과 연출로 관객의 눈물을 자극하는 장면이나 이야기를 일컫게 됐다.
그리고 이 신파는 일종의 '나쁨'과도 뜻을 같이하게 됐다. '지독히 상업적인 신파극'이란 표현 같은 것은 부정적인 뉘앙스이고, 일부에서는 한국영화의 폐해로까지 여겼다. 특히 이 신파가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대작과 만났을 때, 혹평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앞서 이런 영화로는 '해운대'(2009), '국제시장'(2014), '명량'(2014)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특징은 천만영화들이란 사실이다.
'신과 함께'의 흥행을 봤을 때, 이제 한국형 신파 블록버스터의 경쟁력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오히려 신파 블록버스터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신파=나쁨'이란 정의 자체에서부터 탈피해야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억지 울음과 감동을 신파라고 정의한다면, '결국 좋은 영화를 관객이 알아본다'는 흥행에 대한 영화계의 진실 혹은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 될 것이다. /nyc@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