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단 한 번뿐이라는 리그 신인왕이라는 영예. 차지하고 싶어도 한 번 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왕은 선수 개인의 축복임은 물론, 해당 팀에도 영광스러운 타이틀이다. 하지만 롯데와 롯데 선수들은 이 영광스러운 수상의 기쁨을 지난 25년 간 누리지 못했다.
KBO리그 원년부터 리그에 참가한 롯데. 자이언츠라는 팀명을 원년 이래로 유지하고 있다. 리그의 산증인과 같은 구단이다. 그러나 신인왕 역사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이름을 찾기는 여간 쉽지 않다. 지난 1992년 염종석이 17승을 올리며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한 것이 롯데 프랜차이즈 역사의 처음이자 마지막 신인왕이었다. 그리고 2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올해 역시 롯데는 신인왕 타이틀에서 들러리였다. 투수 김원중이 24경기 107⅓이닝 7승8패 평균자책점 5.70의 성적으로 141점을 얻어 신인왕 투표 2위에 오른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이정후(넥센)의 독보적인 지위를 뺏어올 수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신인왕 배출은 구단의 신인 선수 스카우팅 능력, 그리고 육성의 역량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팀의 미래를 이끌 원석을 가공해 보석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신인왕은 구단의 스카우팅 능력과 육성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제일 눈에 띄는 잣대다. 즉, 롯데의 육성 능력이 다른 구단들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것은 신인왕 배출을 하지 못한 기간에서 알 수 있다.
결국 이는 팀의 세대교체와 체질개선의 연장선이다. 롯데가 그만큼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손아섭은 시즌 중 “30살의 중고참이 되어가지만 야수진 중에서는 아직 제가 막내 급이다”는 말은 롯데의 주축급 세대교체가 얼마나 지지부진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물론, 손아섭을 비롯해 전준우, 이대호, 강민호(삼성), 황재균(kt) 등 기존 주전급 선수들의 기량이 원체 뛰어났던 것도 있다. 그러나 그 외의 자리에서 튀어나오는 신인 야수들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롯데 야수진의 나이 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투수진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김원중을 비롯해 박세웅, 박진형, 김유영 등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1군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투수진의 나이 대는 젊어지고 있고, 육성도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그러나 투수진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다고 자만하고 이에 도취될 상황은 아니다. 지난 2008년부터 최근 10년 간 롯데의 1차 지명 및 2차 1라운드 지명 선수가 1군 무대에 연착륙한 한 경우는 현재 김원중(2012년 1라운드), 김유영(2014년 1차) 정도에 불과하다. 1차 지명 및 1라운드 선수는 물론, 한 해에 지명했던 선수들이 2차 드래프트와 트레이드, 혹은 방출로 팀에서 이탈한 경우도 많았다. 그만큼 롯데의 신인 드래프트 성과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육성 역시 마찬가지. 김해 상동구장의 육성 인프라를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KIA, 두산, LG, SK 등 최근 육성 시설을 업그레이드한 구단들에 비해서는 낙후됐다. 입지상의 문제가 있어서 토지 매입 등의 절차가 쉽지 않다. 또한, 신인급 선수들에 기회를 준만큼 성장 속도가 비례한다는 보장은 없다. 부담감과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채 쓸쓸히 뒤안길로 사라지는 젊은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관심이 집중되는 롯데라는 구단의 특성상 이 부분도 육성의 저해 요소 중 하나다.
롯데는 현재 세대교체라는 기조가 깔려있지만 동시에 최근 FA 시장에서의 투자로 ‘윈 나우’를 등한시 할 수 없다. 성적도 내야하고, 갈수록 연령대가 높아지는 선수단의 무게중심도 젊은 선수들로 옮겨가야 한다. 강민호의 부재로 인해 2년 차를 맞이한 나종덕(2017년 2차 1번)과 강동관(2015년 1차)을 비롯해 또래 포수인 안중열이 경쟁의 자리에 나선다. 나종덕과 강동관은 아직 신인왕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투수진에서는 2017년 1차 지명 윤성빈이 1년 간의 어깨 부상 재활을 이겨내고 다시 마운드에 힘차게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1군 코칭스태프 앞에서 보여줬다. 내년 1군 합류 가능성도 높다. 내심 신인왕도 목표로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기도 했다.
만약 롯데에 신인왕의 타이틀이 다가온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오명을 씻어낼 수 있다. 그리고 성적과는 별개로 축복의 한 해를 만들었다고 자부할 수도 있다. 신인왕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한 롯데다. 과연 신인왕의 축복이 롯데에 곧 찾아올 수 있을까. /jhrae@osen.co.kr
[사진] 위-윤성빈. 롯데 자이언츠 제공, 아래-롯데의 마지막 신인왕 염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