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가 곧 성적’이라는 믿음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매 시즌, KBO리그 구단들의 공통된 목표는 ‘가을야구’ 혹은 ‘우승’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지만, 이 험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신, 지름길을 선택할 수가 있는데, 바로 ‘투자’다. 매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고, 천문학적인 금액이 쉽게 오고간다. 그래도 구단들은 가을야구와 우승을 위해 FA 시장에서의 투자를 선택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 투자는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다. 2014년 6위에 그쳤던 두산은 2015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 나온 투수 장원준을 4년 84억 원에 붙잡았다. 이해 30경기 12승12패 평균자책점 4.08의 성적을 정규시즌에서 기록하며 팀을 3위로 이끌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도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2.36(26⅔이닝 7자책점)의 특급 활약을 펼치며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듬해인 2016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규시즌 15승6패 평균자책점 3.32, 한국시리즈에서 1경기 8⅔이닝 1실점 완벽투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책임졌다.
KIA 역시 올 시즌을 앞두고 최형우를 4년 100억 원에 영입했다. 정규시즌 142경기 타율 3할4푼2리 26홈런 12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26으로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형우의 가세로 KIA는 리빌딩에서 윈나우의 팀으로 변모했고, 타선의 중량감을 갖추며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올해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나선 롯데 역시 연이은 투자의 결실을 비로소 확인했다. 2016년 시즌을 앞두고 마무리 손승락을 영입한 뒤 올해를 앞두고는 일본과 미국을 거친 이대호를 4년 150억, 역대 최고 금액으로 다시 데려왔다. 결국 올해 손승락과 이대호를 필두로 롯데는 정규시즌 3위의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NC 역시 2016년을 앞두고 약점인 3루 보강을 위해 박석민을 4년 96억 원에 깜짝 영입했고, 이 해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이렇듯 FA 시장에서의 투자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례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구단의 여력이 되는 한, FA 시장에서 과감한 행보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 올해 FA 시장이 아직 폐장되지는 않았지만, 거물급 선수들은 속속들이 자리를 찾아갔다. 특히, 올해 FA 시장은 올 시즌 하위권에 머물렀던 팀들이 큰 손으로 등장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최하위에 머물렀던 kt는 발 빠르게 움직이며 3루수 황재균을 붙잡았다.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뒤 국내 무대를 선언한 뒤 kt 구단은 황재균에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쳤다. 결국 황재균도 친정팀 롯데보다는 kt에 마음의 문을 열었고, 수원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이어나간다. kt가 안겨준 4년 88억 원의 금액은 구단 FA 최다 지출 금액이다. 그만큼 황재균에 거는 기대가 크다. 황재균의 합류로 약점인 3루를 보완하고 중심 타선을 강화시킨 만큼 더 이상 꼴찌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kt의 1차적인 목표는 탈꼴찌이지만, 더 나아가 가을야구까지 내심 넘보고 있다.
2년 연속 9위에 머무르며 명가의 자존심에 상처가 난 삼성도 긴축의 시기를 뒤로하고 돈다발을 풀었다. 원 소속팀인 롯데와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강민호를 ‘하이재킹’ 했다. 롯데와 강민호 사이에 생긴 틈을 파고들어 4년 80억 원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강민호를 영입하며 삼성은 젊은 투수들을 이끌 확실한 안방마님을 보유하게 됐고, 구자욱-다린 러프와 함께 타선을 이끌 거포까지 얻었다. 강민호의 합류는 삼성에 유무형적인 전력 상승효과를 낼 것임은 분명하다. 명가 재건의 신호탄을 강민호 영입으로 쏘아 올린 것.
여기에 올해 6위로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은 LG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복귀 하는 김현수를 4년 115억 원에 영입했다. 중량감 있는 타자가 필요했던 LG 입장에서는 김현수가 가장 안성맞춤인 선택지였고, 원 소속팀 두산이 구애에 소홀한 틈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박용택 외에 생산력을 갖춘 야수가 부족했던 LG에 확실한 선수를 보강, 야수진 리빌딩에 힘을 보태 가을야구를 다시 노릴 수 있게 됐다.
FA 시장은 아니지만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박병호를 넥센이 연봉 15억 원을 안기며 복귀시켰다. 넥센 역시 올해 7위에 그치며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박병호로 넥센은 화력을 갖춘 팀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올해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롯데는 강민호를 놓쳤지만 외야수 민병헌을 영입(4년 80억원)했고, 손아섭을 눌러 앉혔다(4년 98억원). 3년 연속 FA 시장을 활발하게 누비며 ‘투자의 팀’임을 각인시켰고, 내년 시즌 더 나은 성적을 기원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