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의 성적이 팀 성적으로 직결되는 시대는 조금씩 지나가고 있음도 보인다. 각 구단의 노력과 전략 나름이다.
최근 몇몇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를 추가 보유하는 것에 있어 긍정적인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반대하는 구단도 만만치 않아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외국인 추가 보유에 대한 불씨가 남은 셈이다. 각 구단별로 이해득실이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인 선수 성적에 따라 팀 성적이 요동치는 구조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 시즌도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각 구단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인 흥국생명은 심슨이 부상으로 빠지며 팀 전력이 크게 휘청거렸다. OK저축은행 또한 1순위 기대치에 다소 못 미친 브람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으나 그 후에도 연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은 대개 팀 공격의 35~40% 가량을 점유한다. 그 이상인 경우도 꽤 많다. 남자부에서는 파다르(우리카드·44%), 타이스(삼성화재·43.8%), 가스파리니(대한항공·42.5%), 펠리페(한국전력·41.4%)의 점유율이 40%를 넘는다. 여자부에서도 알레나(인삼공사·42.9%), 메디(IBK기업은행·41.6%), 듀크(GS칼텍스·40.7%)의 공격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잘해서 꼭 팀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카드는 올 시즌 남자부 최고 외국인 선수라는 파다르를 보유하고도 중·하위권에 처져 있다. 대한항공도 ‘해결사’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가스파리니의 활약에도 팀 성적이 기대만 못하다. 여자부에서는 점유율과 성공률 부문에서 모두 상위권에 있는 듀크와 알레나의 소속팀인 GS칼텍스와 인삼공사의 승률이 5할 미만이다. 모두 국내 선수들의 공헌도가 떨어진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외국인 선수의 점유율을 낮추고 다양한 공격 패턴 및 팀 색채를 정립해 잘 나가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팀이 현대캐피탈이다. ‘스피드 배구’를 추구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낸 현대캐피탈은 팀의 레프트 외국인 선수 안드레아스의 공격 점유율이 26.7%에 불과하다. 제대로 손발이 맞지 않을 때는 코트를 비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이런 상황에도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화재도 지난 시즌에 비해서는 타이스의 공격 점유율이 낮아진 편이다. 타이스는 지난 시즌 47.9%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올 시즌에는 4% 가량이 낮아졌다. 반대로 삼성화재의 성적은 지난 시즌보다 좋다. 역시 지난 시즌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KB손해보험도 외국인 선수 알렉스의 점유율(35.3%)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의 수준도 수준이지만, 의존도에서 탈피하려는 몇몇 노력이 보인다는 평가다.
여자부 1·2위 팀인 도로공사와 현대건설도 외국인 선수의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도로공사 주포인 이바나의 공격 점유율은 37.2%로 최하위권이다. 현대건설 엘리자베스(39.4%) 또한 점유율이 40% 미만이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조력 속에 큰 요동 없이 꾸준히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체계적인 팀 컬러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후반기에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한 감독은 “자유계약으로 외국인 선수를 뽑아올 때에 비해 수준이 확실히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점유율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막판으로 가면 갈수록 고전할 것이다.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모두 그렇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선수에 목을 매는 것보다는 좀 더 발전적인 방향을 논의하는 게 옳다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