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의 2018년 외국인 선수 인선이 신중하게 흘러가고 있다. 아직 외국인 라인업을 확정짓지 못한 팀도 있지만 그렇게 급한 기색은 없다. 좀 더 확실한 선수를 공 들여 뽑자는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12월 25일 현재 2018년 외국인 선수 명단을 확정지은 팀은 총 6팀이다. 올해 우승팀 KIA가 세 선수와의 전원 재계약에 골인한 가운데 두산, 롯데, SK, 넥센, 한화가 각각 외국인 선수들과의 계약을 모두 마쳤다. 반대로 NC, 삼성, kt는 한 명이 비어있고, 데이비드 허프를 놓친 LG는 두 자리를 확정하지 못했다. 팬들의 궁금증과 불안감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다.
외국인 선수 영입을 연내에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강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개 그렇지 못하면 최우선 협상 대상자와의 계약이 틀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KBO 리그 구단들이 가지고 있는 영입 리스트가 비슷한 가운데 타 구단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사례도 있었다. 때문에 “해를 넘기면 좋은 외국인 선수를 뽑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고정관념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결과가 그렇게 흘러간 적도 많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남은 네 팀은 그렇게 급하지 않은 분위기다. 오히려 “조금 더 기다리더라도 제대로 된 선수를 합리적인 가격에 데려온다”는 대전제 속에 차분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우선 좋은 경력을 갖춘 선수들과 연계되어 있다. 모두 100만 달러 이상급의 거물들을 시선에 두고 있다. 이 선수들은 굳이 KBO 리그가 아니더라도 몇몇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MLB) FA 시장이 유독 더디게 흘러가다보니 ‘결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진다는 후문이다. 실제 수도권 복수 구단은 해당 선수에게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답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삼성, NC, kt는 현재 보유한 외국인 선수 이상의 투수, 즉 1선발이 될 만한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다. 어차피 적지 않은 돈을 쓸 것, 최대한 후보자들의 동향을 살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물론 리스트는 상당 부분 추려진 상태고 각자 최종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지만, 지금 눈독을 들인 선수에서 다른 선수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LB 구단들의 이적료 장사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쪽도 있다. 몇몇 MLB 구단들은 이미 시즌이 마무리되기 전 “우리 팀에서 정리할 선수” 명단을 KBO 리그 구단에 공문으로 보내며 노골적인 이적료 장사에 들어갔다. 선수별로 원하는 이적료를 명시한 구단도 꽤 많다. 실제 지방구단과 계약에 합의한 한 선수는 MLB 구단의 이 리스트에 포함된 선수로 해당구단이 일찌감치 눈여겨본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개 데려갈 팀이 마땅치 않은 선수들이기도 하다. 능력은 있지만 이적료가 과다하게 책정된 경우도 있다. 또한 향후 MLB FA 시장에 따라 40인에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 선수를 영입하면 40인을 비워줘야 하는 팀이 생기는데, 이 과정에서 제외되면 굳이 MLB 구단들에게 과한 이적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이적료가 최대 100만 달러까지 책정되는 상황에서 각 구단들이 '미래 전망'을 둔 고도의 눈치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1월 내로는 외국인 선수 라인업이 모두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한 외국인 업무 관계자는 “현재는 MLB 구단과 각 에이전시들이 모두 연말·연초 휴가에 들어간 상황이다. 다만 그렇다고 아예 쉬는 것은 아니고, 최소한의 연락은 유지할 수 있다”면서 “MLB FA 시장이 1월 초에는 해빙이 될 것으로 보여 이론적으로는 KBO 구단들도 조만간 외국인 선수를 확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장의 측면에서도 너무 늦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에스밀 로저스(넥센, 왼쪽)와 팀 아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