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내디딘 첫 발. 과연 초보 감독의 전반기 성적표는 어떨까.
올 시즌 V-리그에서는 총 네 명의 새로운 감독이 탄생했다. 남자부에서는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 KB손해보험의 권순찬 감독, 한국전력의 김철수 감독이 그 주인공이고, 여자부에서는 현대건설의 이도희 감독이 첫 지휘봉을 잡았다.
2017~2018 V-리그가 25일 경기를 끝으로 절반을 모두 소화한 가운데 신입 사령탑의 성적을 살펴봤다.
▲ 신진식 감독, 삼성화재의 명가 재건이 보인다
V-리그 출범이었던 2005년부터 챔피언 결정전에만 13차례 올라 총 8차례 정상에 섰던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4위에 머무르면서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신진식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며, 명가 재건을 꾀했다.
일단 '신진식 카드'는 성공적이었다. 전반기 삼성화재는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았다. 14승 4패 승점 38점으로 전반기를 마친 삼성화재는 2위 현대캐피탈(11승 7패 승점 36점)에 승점 2점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개막 후 2연패에 빠지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고 11연승을 달리며 2라운드를 전승으로 마치기도 했다. 탄탄한 수비와 함께 박철우-타이스의 쌍포의 활약과 김규민의 기량 폭발이 순항의 큰 원동력. 연승이 끊긴 뒤 잠시 '연승 후유증'을 앓는 듯 했지만, 다시 3연승을 달리며 정규시즌 우승을 향한 순항을 하고 있다.
▲ 김철수 감독, 줄부상 속 버틴 전반기-진짜는 후반기
올 시즌 김철수 감독은 100%의 전력을 본 지가 오래다. 시즌 전부터 주전 세터로 생각했던 강민웅이 대퇴부 근육 파열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데 이어 10월말에는 핵심 공격수 서재덕이 무릎 부상을 당했다. 한숨이 채 그치기도 전에 이번에는 베테랑 센터 윤봉우가 훈련 도중 허벅지 통증으로 빠졌고, 설상가상으로 서재덕의 공백을 채워주던 김인혁까지 훈련 도중 손가락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연이은 부상 소식에 "훈련하기가 무섭다"고 토로할 정도로 김철수 감독은 마음고생 속 힘든 전반기를 보냈지만, 8승 10패 승점 27점으로 3위 대한항공(10승 8패 승점 28점)에 승점 1점 차로 붙으며 비교적 잘 버텼다.
4라운드부터는 반격에 나설 예정. 일단 서재덕이 지난 23일 복귀했다. 교체 선수로 나서며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일단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이 된 만큼, 한국전력으로서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윤봉우도 4라운드 복귀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국전력으로서는 2년 연속 봄배구 진출을 꿈꿔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 권순찬 감독, '오심 홍역' 속 살아있는 봄배구 희망
KB손해보험(9승 9패 승점 25점)은 한국전력(8승 10패 승점 27점)에 승점 2점 뒤져 있는 5위다. 3위 대한항공과는 3점 차. 순위표 상단보다는 하단에 가깝지만, 권순찬 감독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순간이 있었다.
바로 지난 19일 한국전력전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 20-20 상황에서 나온 오심. 당시 KB손해보험은 치명적인 오심과 심판진의 대응으로 두 점을 내리 내줬고, 결국 세트스코어 3-1로 패배했다. 당시 오심이 아니었다면 21-20으로 KB손해보험이 리드를 잡는 만큼,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됐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시 심판진은 모두 무기한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KB손해보험도 그냥 받아들이기로 하며 '오심 사태'는 봉합됐지만, 치열한 순위 쑴으로 벌이고 있는 팀과의 맞대결에서 나온 오심이었던 만큼 KB손해보험으로서는 내심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비록 오심으로 눈물을 삼켰지만, 3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22일 현대캐피탈전에서는 풀세트 접전 끝 승리를 거두면서 4라운드 반등의 발판을 만들었다.
▲ 이도희 감독, 봄배구는 기본-우승 정조준
유일한 여자부 신입 사령탑인 이도희 감독은 지난해 봄 배구가 좌절됐던 현대건설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것도 아주 높게 세웠다. 올 시즌 현대건설은 세트당 3.304의 블로킹 성공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부문 2위인 도로공사(세트당 2.550)와도 큰 격차다.
높은 벽을 한껏 앞세워 승리를 수확해나간 현대건설(9승 6패 승점 27점)은 1위 도로공사(11승 4패 승점 34점)에 승점 7점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 연승을 달리며 선두 독주 체제도 꿈꿨지만, 잠시 주춤한 사이 도로공사가 8연승 질주와 함께 치고 올라온 것이 현대건설로서는 아쉬운 순간. 특히 3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도로공사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배한 것이 뼈아팠다.
그러나 4라운드 첫 경기가 다시 도로공사전인 만큼 설욕과 함께 선두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