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의 독주, 그 앞을 막아선 건 '전통의 라이벌' 현대캐피탈이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V-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팀이자 명문 구단이다. 리그 원년부터 그랬다. 신치용 전 감독과 김호철 전 감독의 신경전은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때문에 양 팀은 2016년, 뜻을 모아 V-클래식매치를 편성했다.
지난 시즌, 두 명가의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다. '토털 발리볼'을 선언한 현대캐피탈은 2006-2007시즌 이후 10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반면, 삼성화재는 시즌 4위에 그치며 '봄 배구'에 실패했다. V-리그에서 8번이나 왕좌에 올랐고, 비록 우승은 못하더라도 매번 포스트시즌을 밟았던 삼성화재였다. 그런 삼성화재의 첫 몰락이었다.
결국 임도헌 감독이 자진사퇴하고 신진식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했다. 전면 체질 개선이었다. 초보 감독의 상승세는 예상보다 뜨겁다. 신진식 감독은 시즌을 2연패로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난 시즌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후 조금씩 팀이 바뀌었다. 신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호흡이 맞아갔다. 개막 직전 발목 부상을 입은 '주포' 타이스가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토종 에이스' 박철우가 건재했다. 장신의 세터 황동일도 자신감을 찾았고, 새로 데려온 박상하도 높이를 보탰다. 그러면서 삼성화재는 파죽의 11연승을 달렸다. 2라운드 전승을 포함한 무서운 기세였다.
삼성화재가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갖추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삼성화재를 야금야금 추격한 팀이 바로 현대캐피탈이었다. 현대캐피탈은 1라운드 3승3패로 큰 강세를 띄지 못했다. 하지만 2라운드 4승2패로 조금씩 살아났다. 반전은 3라운드 첫 경기에서 나왔다. 삼성화재와 맞대결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한 것. 11연승을 달리던 삼성화재에 제동을 걸었다. 과거 실업배구 시절 삼성화재의 77연승을 저지했던 모습이 겹쳐보였다. 현대캐피탈은 3라운드도 4승2패로 마무리했다.
전반기를 마친 시점에서 삼성화재는 14승4패, 승점 38. 현대캐피탈은 11승7패, 승점 36이다. 3승 차이지만 승점은 2점으로 근소하다. 단 한 경기에 따라서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후반기에도 리그 순위 판도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쥐고 흔들 가능성이 높다. 딱히 약점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의 무섭던 기세에 현대캐피탈이 제동을 걸었고, 본인들의 힘으로 승점 차를 좁힌 상황이다. 마치 올 시즌 초 V-리그의 모습처럼, 하루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는 엎치락뒤치락 형국이 선두권에서 다시 펼쳐질 수도 있다.
3위 대한항공이 10승8패, 승점 28로 이들 양강을 뒤쫓고 있지만 아직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다. 대한항공은 3라운드 막판 4연승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하지만 3라운드 최종전서 현대캐피탈에 분패하며 잠시 멈췄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시즌 초반, 베테랑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며 고전했다. 하위권에 처지며 '올 시즌은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살아났다. 대한항공이 3라운드에 보여준 집중력이라면 순위 싸움의 다크호스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명가의 자존심 싸움에 이들을 뒤쫓는 다크호스. V-리그 후반기 순위 싸움을 지켜볼 흥미로운 요소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