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결산] 구종 가치가 말한다…2017년 수놓은 최고의 공은?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2.26 06: 11

타자를 윽박지르는 강속구. 뚝 떨어지는 커브볼. 다양한 구종은 야구 보는 재미를 훌쩍 끌어올린다. 그렇다면 2017시즌 최고의 구종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좋은 공'을 따질 방법이 많지 않았다. 속구의 경우 단순히 구속을 두고 따지거나, 초속과 종속의 차이를 두고 분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며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갔다.
투구-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는 릴리스 포인트나 익스텐션(투구시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 등을 이용해 실제 구속과 체감 속도의 차이를 설명한다. 또한, 수직과 좌우 무브먼트나 회전수도 파악이 가능해진 세상이다.

'좋은 공'을 판단하는 또 하나의 잣대는 구종가치(Pitch Value)다. 투수가 더닌 투구는 스트라이크(파울 포함), 볼, 인틀레이의 세 가지 결과를 낳는다. 이를 통해 볼카운트와 아웃카운트, 득점, 주자 상황이 바뀐다. 이 네 가지 조건에 따라 기대 득점이 변한다. 시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투수가 던진 구종이 평균적으로 몇 점의 기대 득점을 창출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구종가치다.
먼저 속구의 경우를 살펴보자. 과거 기준대로 속구 평균구속을 따지면 이 부문 리그 최고는 헨리 소사(LG)다. 소사는 올 시즌 평균 149.5km의 빠른 공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사실상 150km에 가까운 공을 매번 뿌려댔다는 의미다. 그 뒤를 이어 메릴 켈리(SK·147.7km), 더스틴 니퍼트(전 두산·146.6km), 돈 로치(전 kt·145.5km), 헥터 노에시(KIA·145.4km)가 있다. 국내 선수 가운데는 양현종(KIA·143.9km)이 평균 구속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소사나 니퍼트, 로치의 사례처럼 속구 구속이 좋은 속구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KBO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속구 구종 가치 1위는 데이비드 허프(전 LG)였다. 허프는 속구 구종가치 21.0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허프는 포심과 투심을 고루 던졌다. 속구 평균 구속은 146.3km. 구사율은 48.0%로 높지 않았지만 존 안팎을 찌르며 타자들을 현혹했다.
속구 구종 가치 2위는 김강률(두산·20.9), 3위는 함덕주(두산·19.3)이었다. 전문 불펜 요원인 김강률은 물론, 선발과 구원을 오간 함덕주도 불펜에서 속구 위력을 더욱 뽐냈다. 토종 선발 가운데 속구 구종 가치 1위는 단연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은 18.3으로 이 부문 전체 4위, 국내 선발 1위에 올랐다.
속구 다음으로 구사율이 높은 슬라이더 구종 가치 1위는 니퍼트(18.3)였다. 그 뒤를 윤성환(삼성·17.3), 손승락(롯데·15.9), 차우찬(LG·15.0), 에릭 해커(NC·14.1)가 이었다. 니퍼트는 큰 키에서 나오는 속구의 위력이 무시무시한 투수였다. 하지만 그 속구의 위력이 반감되면서 특유의 슬라이더가 힘을 쓰지 못했다. 때문에 올 시즌 두산이 재계약을 포기했다.
커브 구종 가치 1위는 압도적으로 박종훈(SK·18.8) 차지였다. 2위 브룩스 레일리(롯데·7.3), 3위 송승준(롯데·7.0)과 격차는 두 배 이상이다. 땅에 붙어서 던지는 '진짜배기 언더스로' 박종훈은 올 시즌 들쭉날쭉했던 제구를 바로잡으며 만개했다. 체인지업 구종 가치 1위는 장원준(두산·16.7)의 몫. 2위와 3위는 모두 kt 투수였다. 라이언 피어밴드(12.0)와 고영표(11.0)가 그 주인공이었다. 피어밴드는 너클볼 구종 가치 역시 1위(1.2)에 올랐다.
물론 구종 가치가 '이 구종에서는 이 투수가 최고다'라는 걸 상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얼마나 효율적으로 실점을 억제했는지는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다. 구종 가치의 상위권, 하위권 투수를 살펴보는 것도 팬들의 야구 갈증을 달랠 재미난 수단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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