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팬들이 '김바위의 아들, 전준우의 처남'이 아닌 야구 선수 김진곤을 보도록 만들어야 한다".
인천 동산고와 제주 산업대를 졸업한 김진곤은 2009년 SK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1군 통산 세 시즌 108경기 출장 타율 2할2푼7리(132타수 30안타), 2홈런, 14타점, 5도루. 이듬해 만 31세 시즌을 맞이하는 김진곤이 남긴 기록이다.
냉정히 말해 합격점을 매기기 쉽지 않은 성적이다. 사연도 많다. 김진곤은 SK 입단 2년 만에 방출 아픔을 맛봤다.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해 우타자에서 좌타자로,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지만 쉽지 않았다. 방출 후 현역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했고, 이후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다.
김진곤은 원더스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뽐냈다. 교류전 38경기서 타율 4할(155타수 62안타), 25타점, 31도루로 펄펄 날았다. 그리고 2015년 kt의 1군 진입과 동시에 부름을 받았다. 2015년 67경기에 나섰지만 타율 2할1푼2리로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는 13경기 출장, 올 시즌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막판으로 범위를 좁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퓨처스리그에서 맹타를 휘두른 김진곤은 9월1일 확장 엔트리에 맞춰 1군 무대를 밟았다. 김진곤은 9월 이후 21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리(33타수 10안타), 2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후 가장 빼어난 활약. 비시즌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진곤에게 올 시즌은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팀에 정말 보탬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 달만 그랬다"고 입을 열었다.
김진곤은 스스로를 '1.5군 선수'로 칭했다. 당장 올 시즌만 해도 퓨처스리그 60경기서 타율 3할5푼4리, 9홈런, 47타점, 13도루를 기록했다. 하지만 1군 기회가 많지 않았고, 보여줄 시간도 짧았다. 그는 "어린 선수들은 아쉬운 성적에도 미래를 보고 기회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이제 즉시 전력감이 돼야 한다"며 "그래도 막연히 기대만 안기는 선수와 한 달이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는 다르다. 9월의 성적은 우연히 나온 게 아니다. 자신감은 있다"고 강조했다.
가족은 김진곤의 숙명이자 책임감이다. 김진곤의 아버지는 전력분석 코치로 이름을 날린 김바위 씨. 거기에 매형은 롯데의 국가대표 외야수 전준우다. 김진곤은 "야구 가족으로 워낙 기사가 많이 나왔다. 이제 팬들이 '김바위의 아들, 전준우의 처남'이 아닌 야구 선수 김진곤을 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내와 생후 18개월 아이는 김진곤의 책임감을 끌어올린다. 그는 "야구는 어디서 하든 똑같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는 가족과 떨어져야 한다. 그게 쉽지 않다"라며 "나는 정말 절실하다. 야구를 진지하게 대하고, 언제든 덤벼드는 자세. 그게 없다면 내 스스로 유니폼 벗을 각오가 돼있다"고 되뇌였다.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kt는 중견수 멜 로하스-우익수 유한준을 축으로 시즌 구상에 들어간 상황. 남은 좌익수 한 자리를 두고 최소 열 명의 선수들이 경합한다. 거기에 특급 신인 강백호까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김진곤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어느 팀, 어느 포지션이든 경쟁은 필요하다. 만일 경쟁할 선수가 없어서 포지션에 무혈입성한다면 선수도, 팀도 발전하지 않는다. 선의의 경쟁 속에서 더 좋은 실력을 보인 이가 뛰어야 한다. 그게 내가 되도록 하겠다". 김진곤의 각오다.
"대타든 대수비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확실한 자리를 꿰차지 못한 야수들이 즐겨하는 말이다. 어떻게든 1군에서 버틴 뒤 기회를 노리겠다는 각오가 묻어나는 이야기다. 하지만 김진곤은 달랐다. 그는 "1군에서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싶다. 내 야구를 선보이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감독님, 코치님들이 분위기를 마련해주셨지만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고 죄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에게 이듬해 목표를 물었다. '열심히 하겠다'는 답이 예상됐지만, 그는 결연한 마음으로 자신의 목표를 드러냈다. 김진곤은 "이름만 남고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겠다. 야구 인생 마지막 해라고 생각하고 정말 죽을 각오로 뛰어보겠다"고 다짐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