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타자가 이탈했지만, 중심 타자로 분류할 수 있는 선수가 합류했다. 롯데 자이언츠가 향후 보여줄 득점력에 대해서 손익을 따져볼 수 있을까.
롯데는 이번 오프시즌 야수진의 변동폭이 큰 팀 중 하나다. 굵직한 이동 2건이 있었는데, 팀의 득점력과 생산성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이동이었다. 주전 포수이자 중심 타선에 포진했던 강민호가 빠졌고(삼성 4년 80억 원), 두산에서 리드오프와 중심 타선 역할을 동시에 맡았던 민병헌(4년 80억 원)이 합류했다.
롯데 입장에서는 강민호의 장타력의 손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대신, 민병헌의 기동성과 정확성이 타선에 추가됐다. 장타 생산을 해낼 수 있는 타자가 빠졌고, 기동성을 안겨줄 선수가 합류했다고 보면 단순하다.
강민호의 이탈과 민병헌의 합류로 인한 롯데 득점 생산력의 손익을 기록으로 살펴볼 수 있을까. 최근 3년간의 기록을 토대로 분석을 해보면 강민호는 3년 동안 타율 3할5리 출루율 4할3리 장타율 0.552 OPS 0.955 77홈런 226타점 190득점을 기록했다. 3년 간 평균 25.7개의 홈런과 75.3타점 63.3득점을 롯데에서 기록했다. 25홈런 이상 75타점 이상의 생산력을 선보였다. 포수 포지션이라는 가중치가 붙지 않더라도 충분히 거포의 역량을 보여줬다. 민병헌은 3년 동안 타율 3할1푼1리 출루율 3할8푼6리 장타율 0.467 OPS 0.842 42홈런 233타점 251득점의 기록을 남겼다. 평균 14홈런 77.7타점 83.7득점의 기록이다. 장타력에서는 강민호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지만 타점 생산력과 득점에서는 강민호에 근소하게 앞서는 수치를 기록했다.
기록통계사이트 ‘스탯티즈’의 조정 득점 생산력(wRC+) 수치를 토대로 강민호와 민병헌의 생산성을 비교해 볼 경우 그 차이는 조금 더 두드러진다. wRC+는 리그의 수준과 구장 특성을 고려한 타자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현재 확장 지표 중 타자의 생산력을 제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세이버매트릭스의 수치로 알려지고 있다.
리그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강민호는 최근 3년 간 wRC+ 164.9-147.7-110.7의 수치를 기록했다(3년 평균 141.1). 2015년 wRC+ 전체 3위였고, 2016년 역시 8위에 해당했다. 리그에서 최정상급 생산력을 보여준 타자였다. 올해는 다만 110.7로 하락했는데, 포수 최다 이닝 출장(1032⅔이닝)에 해당하는 체력적 부담이 타격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민병헌도 최근 3년 간 wRC+가 나쁜 편은 아니다. 112.3-129.5-123.1의 수치를 남겼다(3년 평균 121.6). 강민호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리그 20위권에는 언제나 들었던 득점 생산력을 갖췄다. 참고로 민병헌의 wRC+ 커리어 하이는 2013년의 131.7이었다. 강민호의 커리어 하이는 최근인 2015년이었다.
wRC+ 수치상으로 분명, 강민호의 이탈이 롯데의 득점 생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민병헌의 합류가 롯데의 득점력을 완벽하게 보완하고 보전해줄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 wRC+의 수치에는 주루에 대한 가치를 포함하지 않는다. ‘타고투저’의 시기가 이어지면서 주루의 가치가 다소 떨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주루를 팀의 득점 생산력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롯데 입장에서는 주루적인 부분에서 강민호가 민병헌으로 대체된 것은 큰 플러스 요인이다. 최근 3년 민병헌의 도루는 총 19개에 불과했지만, 부상 우려 등으로 인해 뛰지 않았다. 20개 이상의 도루는 충분히 가능한 선수라고 봐야 한다. 특히 ‘원 히트 투 베이스’가 가능한 선수이기 때문에 득점 기회 창출에서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조원우 감독이 추구할 빠른 야구에 민병헌은 들어맞는 타입 일 수 있다.
손아섭, 전준우 등과 함께 상위 타선에서 기동력과 정확성을 발휘하며 일정 부분의 장타력까지 갖춘 선수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을 롯데로서는 기대해봄직 하다. 여기에 ‘탈 잠실 효과’로 민병헌의 장타력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롯데는 올해 팀 득점 7위(743점), OPS 6위(0.789), wRC+ 98.1(6위) 등 다소 아쉬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공격력에서 강민호의 이탈은 분명 뼈아픈 부분이지만 민병헌의 합류로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과연 롯데의 공격력과 득점 생산력은 2018년 어떤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