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을 빛낸 최고의 투수는 누구일까.
야구를 면밀히 다루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선수를 평가하는 잣대 또한 세분화 추세다. 과거에는 승패, 타율, 평균자책점 등으로 선수를 분석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OPS(출루율+장타율), FIP(수비무관평균자책점) 등은 물론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 WPA(추가한 승리 확률) 등도 조금씩 대중화 분위기다.
대표적 세이버 매트리션인 빌 제임스가 고안한 'ESPN 사이영 예측 프로그램'도 리그 최고 투수를 알아보기에 충분한 잣대다. 사이영 예측 프로그램은 서비스가 제공된 2002년부터 올해까지 16년간 32명의 수상자 중 24명을 맞혔다. 공식은 공식은 {(5*이닝수/9)-자책점}+(탈삼진/12)+(세이브*2.5)+완봉+{(승*6)-(패*2)}+VB(Victory Bonus). KBO리그에도 얼마든지 대입 가능한 툴이다.
사이영 포인트는 리그 최고 투수로 두 명을 꼽았다. 주인공은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이상 KIA). 헥터는 올 시즌 30경기에 선발등판해 201⅔이닝을 던지며 20승5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양현종 역시 31경기에 등판해 193⅓이닝을 책임지며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를 찍었다. 나란히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20승 고지에 올라서며 팀의 1위를 이끌었다. KIA는 리그 최정상을 두고 집안싸움을 펼친 '역대급 원투펀치'에 힘입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헥터는 사이영 포인트 156.45로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양현종은 154.57로 근소하게 뒤진 2위. 리그에서 유일하게 200이닝 돌파한 헥터가 양현종보다 8⅓이닝을 더 던졌기에 조금 앞섰다. 그러나 누가 가장 좋은 투수인지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차이다. 실제로 양현종은 정규시즌 최우수 선수(MVP)에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까지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헥터와 양현종 듀오의 뒤를 이은 건 메릴 켈리(SK)였다. 켈리는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90이닝을 소화하며 16승7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2015년 SK에 입단한 켈리는 매년 한 걸음씩 진보했고, 올 시즌 만개했다. SK는 일찌감치 켈리와 재계약하며 이듬해를 준비했다. 2015년 입단 당시 켈리는 계약금(10만 달러) 포함 35만 달러를 받았으나 이듬해 총액 175만 달러를 받게 됐다. 무려 400%의 인상. 그야말로 '코리안 드림'을 이룬 셈이다.
세 명의 선발투수 다음은 손승락(롯데)이 자리했다. 이 자체로 의미 있는 기록이다. 사이영 포인트의 계산법은 이닝과 승패를 강조하기 때문에 불펜투수는 다소간 불리하다. 압도적인 성적이 아니고서야 상위권 랭크가 어렵다. 하지만 손승락은 사이영 포인트 117.11점으로 선발투수 세 명에 이어 전체 4위에 올랐다. 손승락은 올 시즌 61경기에 등판해 62이닝을 던지며 1승3패37세이브,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했다. '롯데시네마'의 불안함을 완전히 지워내며 롯데의 수호신으로 우뚝 섰고, 팀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불펜투수들의 득세가 이어졌다. 정우람(한화)과 임창민(NC) 역시 상위 10걸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56경기서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한 정우람은 사이영 포인트 114.28을 따내며 전체 6위를 기록했다. 임창민은 60경기서 4승3패29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의 활약으로 사이영 포인트 105.33을 마크했다. 전체 7위의 위용이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