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MBC 연기대상이 시상자부터 투표방식까지 싹 바꾼다.
지난 26일 MBC는 드라마 ‘역적’에서 이름 없는 백성으로 엔딩을 장식했던 배우 최교식이 올해 연기대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다고 밝혔다. 매년 ‘연기대상’ 대상 부문의 시상은 전년도 대상 수상자와 MBC 사장 또는 부사장이 시상을 함께 했지만, 올해는 파격적인 시상자 선정을 하게 된 것.
MBC는 올해 공영방송 정상화와 김장겸 전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며 지난 9월부터 두 달 간의 총파업을 시행했고, 김장겸 전 사장이 해임되자 지난 달 15일 총파업을 공식 종료했다. 연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말 시상식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지난 7일 최승호 신임 사장이 취임한 후 MBC는 연말 시상식을 모두 정상적으로 열겠다고 발표했다.
2017 MBC 연기대상은 짧은 준비 기간 안에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올해 연기대상은 투표 방식부터 바꿨다. ‘연기대상’은 지난해까지 100% 시청자 투표로 대상을 선정해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시청자 투표가 아닌 드라마 평론가, MBC PD진 등 전문가들의 투표로 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다.
또한 MC 선정도 의미가 깊다. 올해 연기대상은 방송인 오상진과 배우 김성령이 MC로 무대에 오른다. 방송인 오상진은 2013년 MBC 퇴사 이후 처음으로 MBC 시상식 MC 자리에 서게 됐다. 김성령 또한 MBC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그가 MBC에서 마지막으로 출연한 2015년 드라마 ‘여왕의 꽃’은 MBC 총파업의 선두주자로 나섰던 김민식 PD의 작품이다.
MC 선정에 이어 시상자 또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최교식은 ‘역적’에서 주인공 엔딩이 아닌 이름 없는 백성 역으로 엔딩을 장식해 화제가 된 인물. 당시 최교식은 홍길동 일가가 왕의 폭정에 대항할 때 그들을 돕다가 숨을 거두는 백성으로 등장했다. “내맴이여”라며 홍길동에게 “오늘에야 처음으로 내 맘 가는 대로 하고 살았소”라고 유언을 남기는 최교식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자아냈다.
그랬던 ‘이름 없는 백성’ 최교식이 시상자로 선정된 것은 긴 총파업을 이겨내고 새로운 MBC를 만들어내겠다는 집념이 담겨져 있는 행보이기도 하다. 여러 의미에서 이번 2017 MBC 연기대상은 새로워진 MBC의 마음가짐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싹 다 바뀐 MBC 연기대상. 매해 문제점으로 지적된 공동수상 남용만 없다면 꽤나 박수를 받을 만한 시상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연 올해 MBC 연기대상은 시청자에게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 MBC’를 보여줄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진다. / yjh03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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