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의 레전드가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펼쳤다. 친선 경기였지만 승리를 향한 열정은 국제 대회 결승전 못지 않게 뜨거웠다.
대한탁구협회는 27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이벤트 차원에서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과 현정화 렛츠런 감독의 레전드 매치를 마련했다. 1980년~90년대 세계를 제패하며 한국 탁구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유남규 감독과 현정화 감독은 현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탁구 테이블 앞에 섰다.
가볍게 공을 주고 받으며 몸을 풀 때부터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협회 관계자 뿐만 아니라 대회 참가 선수, 관중들의 시선이 유남규 감독과 현정화 감독에게 집중됐다. 협회 측은 남녀 대결이기에 현정화 감독에게 3점 핸디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2세트로 진행된 이날 경기는 1-1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유남규 감독과 현정화 감독은 경기 전 악수를 나눈 뒤 한판 승부를 펼첬다. 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몸놀림은 예전 못지 않았다. 레전드들의 화려한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1세트는 현정화 감독의 승리. 11-11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으나 현정화 감독이 13-11로 1세트를 가져왔다. 반격에 나선 유남규 감독은 2세트를 11-7로 승리했다. 유남규 감독이 다리 사이로 서브를 넣자 체육관 전체가 웃음 바다가 됐다.
유남규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현정화 감독과 이벤트 경기를 하게 돼 영광이다. 탁구가 침체됐는데 대구에 오니 열기가 뜨겁다. 이번 대회를 보면서 잘 하는 선수들이 많이 보였는데 앞으로 더 분발해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해 한국 탁구를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정화 감독은 "탁구를 사랑하는 팬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지도해 좋은 선수들을 배출하도록 하겠다. 팬들께서도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what@osen.co.kr
[사진] 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