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최신 ‘K인디차트 30’ 톱10을 살펴보자. ‘K인디차트 30’은 인디음반 유통사인 미러볼뮤직이 격주로 발표하는 앨범 차트인데, 최신은 11월26일~12월10일 집계분이다. 괄호안은 유통사다.
1위 = 아도이 ‘Catnip’(미러볼뮤직)
2위 = 김목인 ‘콜라보씨의 일일(워너뮤직코리아)
3위 = 볼빨간 사춘기 ‘Red Diary Page.1’(로엔)
4위 = 새소년 ‘여름깃’(미러볼뮤직)
5위 = 라드 뮤지엄 ‘Scene’(유니버설뮤직코리아)
6위 = 볼빨간 사춘기 ‘Red Planet’(NHN벅스)
7위 = 스탠딩 에그 ‘Dramatic’(윈드밀)
8위 = 소란 ‘Polar’(해피로봇레코드)
9위 = 멜로망스 ‘Moonlight’(해피로봇레코드)
10위 = 디어클라우드 ‘My Dear, My Lover’(로엔)
‘선물’로 메이저 음원차트 1위를 찍은 멜로망스가 9위, ‘인디대세’ 볼빨간 사춘기가 2개 앨범으로 3위와 6위를 기록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번 앨범차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1위에 오른 4인조 밴드 아도이(ADOY)의 EP ‘Catnip’이다. 지난 5월17일 발매됐다가 무려 6개월여만에 재진입, 당당히 톱에 올랐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이 앨범에는 무슨 마력이 있는 것일까. [3시의 인디살롱]에서 아도이를 만났다.
아도이는 신디의 지, 보컬과 기타의 오주환, 베이스의 정다영, 드럼의 박근창(사진 왼쪽부터)으로 이뤄졌다. 오주환? 맞다. 이스턴사이드킥과 스몰오의 바로 그 오주환이다. 지? 프럼 디 에어포트에서 신디는 물론 프로듀서와 DJ, 보컬을 맡았던 그 지(Zee)다. 뿐만 아니다. 여성 멤버 정다영은 도나웨일과 트램폴린 출신, 박근창은 이스턴사이드킥과 적적해서그런지 출신이다. 강호를 주름잡던 베테랑들이라는 얘기다.
아도이는 2015년 12월에 결성됐다. 당시 멤버는 오주환 지 정다영, 그리고 지금은 탈퇴한 워터스포츠 출신의 조조였다. ‘Catnip’은 올해서야 나온 이들의 첫 앨범. 현 멤버인 박근창은 이 앨범이 아니라 5월 초 아도이 첫 공연 때부터 합류했다. 팀명 ‘ADOY’는 오주환의 반려묘 이름 요다(Yoda)를 거꾸로 읽은 것이고, ‘캣닢’은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박하향 풀이다.
= 반갑다. 며칠 내내 ‘Catnip’을 들었다. 북유럽 감성의 세련된 팝, 이런 느낌이 강했다. 앨범 재킷은 누가 했나. 일본만화 스타일인데.
(오주환) “아오키지(Aokizy)라는 작가다. 예전 저한테 기타 레슨을 받으신 적이 있다. 그 분 작품을 좋아해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셨다.”
(지) “재킷 디자인을 받아보니 오묘한 표정이 첫 곡 ‘Grace’와 일맥 상통했다.”
= 앨범이 처음 나올 때부터 반응이 좋았다.
(정다영) “사실 지금까지 한 팀 중에서 ‘Catnip’ 앨범 반응이 제일 좋다. 피드백도 많이 오고. 막연한 생각이지만, 앞으로도 잘 될 것 같다.”
= 본격적인 앨범 얘기는 좀 있다 하기로 하고, 각자 간략한 소개와 근황부터 들려달라.
(오주환) “노래하고 기타치는 83년생 오주환이다. 아도이 결성은 2015년 12월인데 2017년 5월 첫 공연 한 달 전 박근창이 합류했다.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모였다.”
(박근창) “87년생으로 드럼은 중2 때 시작했다. (오)주환이 형이 드럼 칠 사람이 없다고 연락해서 합류하게 됐다. 처음에는 라이브 몇번만 하자고 했다(웃음). 사실 주환이 형한테는 이스턴사이드킥 해체 과정에서 좀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술 먹고 형한테 뭐라 한 적이 있었다.”
(오주환) “올 2월의 일이다.”
(지) “87년생으로 신디를 맡고 있다. 원래 어렸을 때는 드럼을 쳤는데, 대학 들어가 일렉트로닉을 하면서 신디를 공부했다. 주환이 형도 저한테 신디를 배웠다.”
(정다영) “저도 87년생이다. 현재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화수금 밴드 합주와 공연, 앨범 작업을 병행하느라 힘에 좀 부친다.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다.”
= 오주환씨 고양이는 무슨 종인가.
(오주환) “샴이고 네살이며 여자애다.”
= 이스턴사이드킥은 활동을 중단한 것인가, 완전 해체한 것인가.
(오주환) “해체다.”
= 프럼 디 에어포트는 올 2월에 2집을 냈다.
(지) “그 팀도 사망했다. 전멸했다.”
= 왜 예명을 ‘ZEE’로 지었나.
(지) “제가 원숭이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침팬지(chimpanzee)의 지를 쓰게 됐다. DJ 할 때도 로고가 원숭이였다. 1년에 2번 원숭이를 보러 서울대공원에 간다.”
= 앨범을 같이 들어보자. 첫 곡은 타이틀곡인 ‘Grace’다.
#. ‘Grace’ 가사 = Tell me where to go Turn on the radio of the city lights / Will you take me to the show? To the places that we know? Drivin’ through the night / Always, everyday a sailor Surfin’ on the silver tide together now / Make us turn away from all the shackles and the pain / You know that all day I’ll love you / I feel that I can’t be feelin’ lonely ever again / Cuz I know I always was dreaming of a day like today / Why don’t you tell me you’re breaking away? Why don’t you tell me this cannot replay? So tell me where to go
(오주환) “헤어진 여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지) “연인을 자동차에 비유했다. 자동차랑 여행을 하는데 자동차 수명이 다해 서서히 이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순간이다. 사랑에 비유하자면 예쁜 순간이 곧 끝나겠구나 그런 느낌이 들 때다.”
= 이 곡은 올해 유명 패션쇼에서도 여러 번 울려퍼졌다.
(오주환) “아도이는 커머셜 인디를 지향한다. 인디적 마인드에 갇혀 대중성을 잃고 싶지는 않다. 패션쇼에서 쓰여진 것도 트렌드를 좇는 패션쇼의 성격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지) “이 곡의 도회적 이미지와 패션쇼 컨셉이 통한 것 같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 ‘Don’t Stop’은 왠지 미드 ‘프렌즈’에 깔리면 좋을 것 같다.
(오주환) “90년대 청춘을 표현한 노래다.”
(지) “이 곡을 40대 분들이 좋아하시는 경우가 있더라.”
= ‘Runner’s High’에서 들리는 이 코러스는 누구인가.
(정다영) “저다.”
(지) “이 곡은 구원에 관한 곡이다. 내 악(vice)을 가져가달라, 이런. 신디 소리를 여럿 엄청 시도해봤는데 잘 안나와서 고민을 많이 했던 곡이다.”
(정다영) “처음부터 베이스 라인이 딱 떠올랐다.”
= ‘I Just Can’t Forget Her’는 사이키델릭하다.
(오주환) “맞다. 사이키델릭한 곡이다. 단순한 패턴에 가사도 두 문장만 반복된다. 그러다 겹치고 쌓이면서 나중에 폭발한다. ‘커머셜 인디’ 중에서 ‘인디’에 가깝다. 처음 신디 라인이 나왔을 때부터 이유없이 좋았다.”
(지) “지금 1분 동안 연주만 나오는데, ‘Grace’나 ‘Don’t Stop’에서는 하지 못했던 것을 쏟아부었다.”
(박근창) “트렌디한 것으로 따지면 이 곡이 최고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좋았다.”
= ‘Laika’는 사실 여러번 들어봐도 잘 와닿지가 않는다.
#. ‘Laika’ 가사 = Coming down Come hold me now, emotion Oh Oh Oh Oh Oh Oh / Counting the days and drowning away Under seas of my ten thousand mistakes, erase / Searching the ways that I can forget yesterdays / Realize they always circle to me / There you were in motion Radiation to realize Floating in the blue sky Reaching your hands out now / Hold me now give me a sign to turn now / Hold me now save me alive / There you were in motion Radiation to realize Floating in the blue sky Reaching your hands out now / Hold me now give me a sign to turn now / Hold me now save me alive/ Hold me now hold me now Hold me now hold me now Hold me now hold me now Hold me now hold me now
(오주환) “구 소련 우주선 스푸트니크호에 탑승했던 강아지 이름이 ‘라이카’다. 인간보다 우주로 먼저 쏘아올려진 최초의 개다. 라이카의 심정에서 곡을 썼다. 우주로 올라가자마자 죽었다고 하는데, 만약 안죽고 살아서 지구와 우주를 바라봤으면 좋았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저희 곡 중에서 가장 스케일이 큰, 사운드스케이프가 가장 넓은 곡이다. 가장 길기도 하고(5분44초).”
= 오호. 설명을 듣고보니 비로소 이해가 간다. 마지막 곡은 ‘San Francisco’다.
(오주환)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봤다. 샌프란시스코는 동성애라든지,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자유로운 도시다. 음악적으로는 1980년대 버블경제의 풍요로움 같은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지) “평소 영감을 많이 주는 도시가 샌프란시스코다. 언젠가는 그 곳에 꼭 가보고 싶다. '커머셜 인디' 중에서 '커머셜'에 가까운 곡이다.”
= ‘Catnip’은 사운드적으로 속이 꽉 찬 앨범이다. 외국 사이트에서 듣는 음악 같다. 이래서 대중도 좋아하는 것 같다. 끝으로 내년 계획이나 소망, 바람을 들려달라.
(오주환) “상반기에 EP를 낼 것이다. 팀에 좀더 많은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현재 홍대 바운더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좀더 확장하고 싶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목표로 많은 곳에서 공연하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 팀이 돈을 벌게 되면 (정)다영이가 회사를 안나가도 되고 그러면 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는데, 안타깝다.”
(정다영) “현재 EP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Catnip’보다 더 좋은 앨범이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처음부터 앨범 작업을 한 팀은 이번이 처음이라 부담감이 더 크다.”
(지) “음악적으로 아도이 색깔이 잡혀가는 2018년이고 싶다. 현재 EP 작업이 한창인데 완성도 높은 앨범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박근창) “팀에 라이브부터 합류한 것이라 피해가 안되게끔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는 쓸 데 없는 것에 신경 안스고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 수고하셨다. 내년 EP를 기대하겠다.
(아도이)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미러볼뮤직(블링매거진, 스트리트H 신병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