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기 시작했다. 두산 베어스의 프리에이전트(FA) 보상 선수 선택 기조가 바뀐 듯하다.
두산은 27일 “LG로 FA 이적한 김현수의 보상선수로 투수 유재유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두산은 내부 FA에 대한 투자가 다소 인색했다. 올해만 해도 외야수 민병헌을 롯데에 내줬고,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한 사실상의 내부 FA 김현수도 LG 유니폼을 입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구단 자체의 ‘화수분’ 성장 시스템을 믿었다. 주축 선수들이 이탈해도 그 자리를 분명 새로운 얼굴들로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또한 두산은 FA 보상선수로 대박을 쳤던 경험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두산은 보상선수 선택 전략에서는 또 다른 전략을 내세웠다. 20인 보호선수에서 가장 가까운 21번째 선수를 영입한다는 전략을 기본적으로 펼쳤다.
FA를 영입한 구단의 보호선수 명단 작성과 FA로 선수를 잃은 구단의 보상선수 선택은 ‘전략의 싸움’이다. 구단 간의 첨예한 두뇌 싸움이 펼쳐지는 장이 되고 있다.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하는 쪽은 상대가 어느 부분이 부족한 지 파악해 명단을 작성한다. 때로는 팀의 필요 요소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명단을 작성하기도 한다. 보호선수 명단을 받은 쪽은 또 상대의 의표를 찌를 수 있는 선택을 위해 머리를 싸맨다.
두산은 선택을 하는 쪽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2009년 시즌을 앞두고 롯데로 적을 옮긴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선택한 내야수 이원석이 대표적인 예다. 롯데는 두산의 풍부한 내야수 팜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내야수를 20인 명단 외로 풀었다. 이원석이 이 경우에 해당했다. 결국, 두산은 원하던 포지션의 선수가 없었지만 이원석을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롯데는 두산에 한 방 먹었고, 두산은 이후 이원석이 2016년 FA로 풀릴 때까지 주전 3루수 자원으로 요긴하게 활용했다.
아울러 이원석이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이적하자 다시 보상선수를 선택할 기회를 얻었는데, 이번에도 두산의 선택은 다르지 않았다. 두산의 다소 넉넉한 포수 자원을 감안해 삼성에서 준주전급 포수 역할을 하던 이흥련을 보호선수 명단에 넣지 않았다. 그러나 두산은 이번에도 1군 경험이 있는 포수 이흥련을 주저없이 택했다. 양의지, 박세혁, 장승현, 여기에 당시에는 최재훈(현 한화)까지 있던 만큼 포수 왕국으로 불리던 두산이었다. 여기에 이흥련까지 더하며 포수 뎁스를 한층 강화시켰다. 현재 이흥련은 경찰 야구단에서 병역을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민병헌과 김현수를 잃은 뒤 보상선수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두산은 노선을 바꿨다. 21번째 선수가 아닌 미래를 봤다. 민병헌의 보상 선수로는 롯데에서도 기대를 모았지만 다소 알려지지 않았던 외야수 백민기를 선택했다. 두산은 롯데 쪽의 투수들을 눈독 들이고 있었지만, 롯데의 전략적 보호에 가로막혔다. 대신, 미래 외야 자원을 탄탄하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두산은 "일단 민병헌의 공백을 당장 채울 외야수는 있다. 백민기는 좀 더 미래를 본 선택이다. 또 백민기는 팀에 부족한 우타자이기도 하다"며 백민기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김현수 보상선수인 유재유를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다. 두산은 현재 투수쪽 팜이 다소 부실하다. 보상선수 선택은 투수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즉시 전력보다는 미래를 봤다. LG의 보호선수 명단에는 1군에서 괜찮은 활약을 했던 주축급 투수들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두산은 그보다 더 미래를 봤고, 현재 실력 외적인 장래성과 부상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고 끝에 유재유를 선택했다. 유재유는 지난 2016년 LG의 2차 1번 지명 선수다. 최근 연이은 우승과 상위권 성적으로 드래프트픽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 못한 두산 입장에서는 1군 마운드에서 활약은 물론 팀의 유망주 투수층을 두텁게 해줄 선수로 유재유를 점찍은 것이 21번째 선수보다 더 나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