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LG의 2017시즌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딱 알맞을 것이다. 개막 6연승으로 신바람을 달리다가 곧바로 5연패를 당했다. 이후 5할 승률을 꾸준히 유지했으나,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졌다. 8월말 '로니의 무단 이탈' 악재가 터지면서 4할대 승률로 밀려났고, 결국 '가을야구'는 무산됐다. 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고도 빈약한 타선으로 6위로 끝났다.
2016시즌 정규시즌 4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LG는 올해 더 높은 순위를 목표로 했으나 쓸쓸하게 시즌을 마쳤다. 2018시즌 LG는 달라질 수 있을까.
# 부상 악재...허프 & 임정우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주전들의 부상이다.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는 두 차례 부상으로 70일 이상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2016시즌 28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임정우는 8월말에서야 1군 경기에 출장했다.
시범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한 허프는 5월 12일 처음 등판했다. 5월 3경기에서 3패. 이후 7월 중순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달을 쉬었다. 19경기에서 6승 4패 평균자책점 2.38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WBC 대표팀에 발탁된 임정우는 어깨 부상으로 중도 귀국, 재활에 매달렸으나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8월 11일 1군 경기에 첫 등판했고, 17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에이스와 마무리 공백에도 LG는 선발과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이들의 부상이 없었다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다.
# 부상과 무단이탈...히메네스 & 로니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는 2016시즌 타율 3할(.306) 26홈런 102타점으로 4번타자를 수행했다. 6월초까지 51경기에서 타율 2할7푼6리 7홈런 79타점으로 페이스가 주춤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목 부상으로 쓰러졌다. 허프, 임정우에 이은 큰 부상 악재였다.
히메네스의 재활을 기다리며 한 달이 지나갔고, LG는 7월 중순 대체 외국인 선수 제임스 로니를 뽑았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녔지만 올해 무적 선수였던 로니는 실전 공백으로 폭발적인 타격을 보여주진 못했다. 8월 하순까지 23경기에서 타율 2할7푼8리 3홈런 12타점.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 2군행을 지시했으나, 로니가 이를 거부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버리는 사태가 났다. 결국 LG는 치열한 순위 다툼이었던 9월부터는 외국인 타자 없이 시즌을 치렀다.
LG는 팀 타율(.281)은 7위지만 팀 OPS 9위(.748), 팀 득점 9위(699점), 팀 홈런 10위(110개)의 빈타를 극복하지 못했다.
# 차우찬, 토종 에이스 확보
LG는 2017시즌을 앞두고 FA 투수 차우찬을 영입했다. FA 투수 우규민이 삼성으로 이적한 것을 감안하면 당장 올 시즌 큰 플러스 요인은 아니다. 조금 더 젊고 안정적인 선발을 확보,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가 큰 선수 보강이었다.
차우찬은 LG 유니폼을 입고 28경기에서 10승 7패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했다. 승수가 적었지만, 퀄리티 스타트가 16회를 하고도 타선 지원이 없어 승운이 없었다. 175⅔이닝을 던져 평균 6⅓이닝으로 '이닝이터' 면모도 보여줬다. 157탈삼진으로 리그 5위, 볼넷은 38개에 그쳐 제구 불안 요소를 줄였다. 173이닝을 던진 2015년 74볼넷에서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삼진/볼넷 비율이 4.13(리그 3위)으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 성장하는 유망주들
LG는 2~3년째 리빌딩을 추진하고 있다. 기대만큼 뚜렷한 결과가 나오진 않고 있지만 성장세는 있다. 올해는 야수진의 유강남(25), 이형종(28), 안익훈(21) 투수진의 임찬규(25), 김대현(20)이 한 단계 성장했다.
유강남은 324타수에 불과하지만 팀내 최다인 17홈런을 기록했다. 타율 2할7푼8리 66타점으로 점점 더 공격력까지 기대된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처음 풀타임을 뛴 이형종은 4월 '광토마'로 불릴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타율 2할6푼5리(100안타) 9홈런 44타점으로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외야 수비가 좋은 안익훈은 백업으로 출전해 타율 3할2푼(70안타)를 기록했고, 마무리 훈련을 통해 신임 류중일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임찬규는 제대 후 2번째 맞은 시즌에서 5선발 자리를 꿰찼고, 6승 10패 평균자책점 4.63으로 제 몫을 했다. 2년차 김대현은 허프의 부상 때 임시 선발로 나서 5승 7패 평균자책점 5.36으로 기대 이상으로 해냈다. 내년에는 군에서 제대한 좌완 투수 임지섭(22)이 기대된다. 임지섭은 올해 퓨처스 남부리그 다승•평균자책점 2관왕에 올랐다. 18경기에서 11승 4패 평균자책 2.63을 기록했다.
# 류중일 감독 & FA 김현수
LG는 정규시즌 최종전이 끝난 후 신임 류중일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이 끝난 양상문 감독은 단장직을 맡기로 했다. 이후 선수단의 변화가 이어졌다. 베테랑 정성훈이 방출됐고, 2차 드래프트에선 손주인, 이병규, 유원상이 팀을 떠나갔다. 외국인 투수 허프는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로 떠났다.
내년 시즌을 위한 전력 보강으로는 FA 김현수를 영입했다. 외국인 쿼터는 투수 소사와 재계약, 투수 한 명과 타자 한 명이 아직 미계약 상태다. 10승대 선발 외인과 현재 진행 중인 현역 메이저리거인 아도니스 가르시아(애틀랜타)를 영입한다면 최상의 라인업이 될 수 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