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결산] ‘예상 격파’ NC의 마침표 없는 질주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2.29 06: 02

NC 다이노스의 질주는 마침표 없이 계속됐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지속적 강팀의 면모를 갖췄다. 그리고 세대교체의 원년임을 확인한 시즌이기도 했다.
NC는 올 시즌 79승62패3무(승률 0.560)의 성적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4위에 올랐다. 이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SK,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꺾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랐지만 두산의 벽에 다시 한 번 가로막히며 가을 이야기를 미완결로 끝내야 했다. 시즌 전 까지만 하더라도 NC는 가을야구 전력으로 분류되지 못했지만, NC는 모두의 예상을 비웃고 다시 한 번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한때 선두 KIA와 다툼을 벌이며 대권 도전의 꿈을 이어갔지만, 여름 이후 페이스가 떨어지며 4위까지 내려앉았다. 순위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시즌.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젊고 빠른 팀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밟았다. 여기에 성적까지 얻었다. 
▲ 구창모-장현식, 좌우 영건 에이스 재목 발견

올해 NC의 선발진은 삐걱거렸다. 그러나 뜻대로 운영되지 않은 선발진이었지만 희망은 있었다. 구창모와 장현식이라는 팀의 미래를 이끌어 갈 좌우 에이스 재목들을 발견했다. 구창모는 NC가 애지중지하는 좌완 투수였고, 올해 풀타임 선발 투수로 가능성을 비췄다. 구창모는 31경기(25선발) 7승10패 평균자책점 5.32의 성적을 기록했다. NC에서 선발 등판 횟수로는 에릭 해커 다음으로 많았다.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팀이 바라던 토종 좌완 선발 투수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활약을 선보였다. 장현식은 한층 더 성장했다. 31경기(22선발) 9승9패 평균자책점 5.29의 기록. 구창모와 함께 토종 선발진을 흔들리지 않고 지탱시켰다. 힘차게 뿌리는 빠른공은 가을야구에서는 물론, 시즌 종료 후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서도 위력을 떨쳤다. 올해보다는 내년, 내년보다 그 이후가 더 기대되는 구창모와 장현식이다.
▲ 해커-맨쉽의 아쉬움…과부하 걸린 불펜
선발진에 대한 아쉬움은 토종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시선이 향한다. NC의 1군 진입 첫 시즌부터 함께했던 해커는 올해 26경기 12승7패 평균자책점 3.42의 성적을 거뒀다. 나쁘지 않은 성적. 그러나 에이스로서 다소 부족했던 160⅓이닝을 소화하며 그동안 해커의 장점이던 ‘이닝 이터’의 면모를 잃게 만든 시즌이기도 했다. 잦은 부상과 까다로운 성격 등은 구단 입장에서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활약했지만 결국 NC는 해커와 5년 간의 동행을 끝내야 했다. 맨쉽 역시 마찬가지. 지난해 월드시리즈 등판 경험이 있던 맨쉽은 그 명성을 한국에서 이어가는 듯 했다. 첫 7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고 평균자책점은 1.48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자리를 비웠고, 다른 투수가 됐다. 부상 복귀의 과정에서도 구단과 에이전시 간의 보이지 않은 힘겨루기가 있었다. 맨쉽은 결국 21경기 12승4패 평균자책점 3.67의 나쁘지 않은 기록을 남겼지만 역시 112⅔이닝을 소화하며 이닝 소화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맨쉽 역시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했다.
해커와 맨쉽이 중심을 잡지 못하자 NC는 선발진 자체가 흔들렸다. 불펜에 의존하는 야구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김진성-원종현-이민호-임창민의 필승조는 굳건히 뒷문을 지켰다. 불펜 평균자책점 4.32로 리그 전체 2위에 오르며 여전한 불펜의 위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시즌을 거듭할수록 체력적인 부침이 두드러졌다. 구원 투수 최다 이닝 상위 5명 중 3명이 NC 소속 선수였다(김진성 89⅔이닝, 원종현 80이닝, 이민호 79⅓이닝). 과부하가 올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불펜진은 고군분투했다.
▲ ‘테임즈는 잊어라’ 스크럭스의 빈 틈 없는 활약
3년 간 NC 타선을 책임졌고, KBO리그 무대마저 ‘씹어먹은’ 에릭 테임즈는 메이저리그(밀워키 브루워스)로 금의환향했다. 테임즈의 잔상이 짙을 수밖에 없던 NC의 외국인 타자 자리. 그러나 재비어 스크럭스는 빈 틈 없는 활약으로 테임즈가 맡은 1루수-4번 타자의 자리를 확실하게 채웠다. 115경기 타율 3할 35홈런 11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97의 만점 활약. 옆구리 부상으로 결장한 기간이 없었다면 스크럭스의 누적 성적은 더욱 치솟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파괴력은 없었지만 충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했고, 덕아웃에서도 팀원들과 무리 없이 융화되는 모습을 선보이며 ‘장수 외국인 선수’의 가능성까지 내비췄다. NC는 당연히 스크럭스와 재계약으로 방향을 택했고, 스크럭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 막 내린 ‘호부지’ 이호준의 시대
NC의 1군 진입 첫 시즌, FA로 합류한 이호준은 경험이 일천한 팀의 리더가 됐다. 이호준의 경험과 관록, 실력은 모든 부분이 부족했던 NC에 플러스 요인이 되기에 충분했다. 첫 2년 간 주장을 맡으며 NC의 덕아웃 분위기와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했고, 그 기간 이호준을 필두로 강팀의 DNA를 갖췄다. NC의 1군 진입 초기는 이호준의 시대이기도 했다. ‘호부지’라고 불릴 정도로 창원 NC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기도 했던 이호준. 하지만 세월의 변화를 막지 못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예고했다. 비록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서 기회가 이전과 같지는 않았지만,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마지막 시즌을 아름답게 마무리 했다. NC에서 보낸 마지막 5년, 이호준은 575경기 출장해 타율 2할8푼6리(1878타수 538안타) 95홈런 398타점 OPS 0.869의 성적을 남겼다.
▲세대교체, 그리고 후계자 찾기
구창모, 장현식과 같이 두각을 나타낸 젊은 선수들은 NC 세대교체의 기수와도 같다. 이들을 필두로 김경문 감독은 투타에서 모두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많이 얻어가게끔 하기 위해 노력했다. 베테랑 선수들을 초기에는 배제하기도 했지만, 이들과 함께 세대교체와 신구조화를 함께 이뤄나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세대교체의 흐름, 그리고 후계자를 찾는 부분에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일단 은퇴한 이호준의 자리는 모창민과 권희동이 중심 타자로 성장하면서 바통 터치가 이뤄진 상황. 모창민과 권희동은 나성범-박민우 등에 치우친 좌타 라인과 균형을 맞출 우타자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1군 진입 이후 줄곧 안방을 지켰던 김태군의 경찰청 입대 공백을 채워야 한다. 투수진의 신뢰를 듬뿍 얻었던 김태군이었던 만큼 투수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박광열, 신진호, 김종민, 신인 김형준 등이 ‘포스트 김태군’의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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