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막내' kt는 1군 진입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 결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득도 있었다.
kt는 2015년 1군 무대에 발을 들였다. '아홉 번째 심장' NC만큼 빠른 성장세가 기대되진 않았지만, 차근차근 커가며 리그 흥행에 기여하라는 격려가 이어졌다.
하지만 kt는 올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 시즌 앞두고 초대 조범현 감독 대신 김진욱 감독을 선임했지만 결과는 더 나빠졌다. kt는 1군 진입 첫해 승률 3할6푼4리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할7푼3리로 소폭 상승. 하지만 올해는 3할4푼7리로 첫해보다 더 떨어졌다.
▲ 6~7월 8승36패→9월 이후 12승12패…또 최하위
kt가 최악의 시즌을 보낸 건 여름의 급락 때문이다. kt는 4월까지 12승14패로 선전했다. 5월 들어서도 10승16패로 분전했다. 5월까지 순위는 9위. 하지만 당시 4위 LG와 승차는 5경기에 불과했다. 탈꼴찌 이상을 노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kt는 6~7월 들어 8승36패의 처참한 성적을 냈다. 연패가 이어졌고, 간신히 한 차례 이기면 또 연패였다. kt 선수단은 이 시기를 "상대가 우리를 깔보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우리가 6~7점차로 앞서도 역전하겠다고 덤볐다"고 회상한다. KBO리그 첫 100패 팀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왔다. 9월 이후 5할 승률로 선전하며 고춧가루 부대로 등극했지만 순위표에 변동은 없엇다.
▲ 김진욱 감독의 후회 "선수들 부담을 간과했다"
올해 처음으로 kt 선수단과 호흡을 맞춘 김진욱 감독은 화살을 본인에게 돌렸다. 선수들의 부담을 간과했다는 이유였다. 리그 대표 덕장인 김진욱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무사 만루에서 뜬공으로 아웃된 선수에게도 "땅볼이 아니니 괜찮다"고 격려했을 정도.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익숙지 않았던 선수들에게는 다소 낯설었다. 김진욱 감독은 "선수들이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치며 부담을 느낄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그 폭이 깊었다"며 자책했다. 김 감독은 "이제 선수단이 내 진심을 알았고, 벽이 허물어졌다"며 올해 시행착오를 내년의 담금질 계기로 삼았다.
▲ 투수 고영표-타자 정현, 눈부신 성장세
그럼에도 소득은 있었다. 투타 모두 kt의 10년 이상을 이끌 자원이 등장했다. 마운드에서는 고영표가 빛났다. 고영표는 25경기서 8승12패, 평균자책점 5.08을 기록했다. 후반기 들어 주춤했지만 kt 창단 첫 토종 10승에 도전했을 만큼 기세가 뜨거웠다. 상무 전역 후 kt에 첫 발을 들인 정현도 유격수를 주로 맡으며 124경기 타율 3할, 6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고영표와 정현은 단순히 성적뿐 아니라 성실한 태도로 코칭스태프와 구단 프런트의 마음을 홀렸다. 이듬해 성적이 기대된다는 내용이었다. 만26세의 고영표와 23세의 정현의 성장은 비보 가득했던 2017 kt에 몇 안 되는 희소식이었다. 시즌 초 '미스터 제로'의 위용을 뽐냈던 김재윤과 '마당쇠' 심재민도 kt에 희망을 안겼다.
▲ 매일이 워터 페스티벌만 같아라
3년 연속 최하위에도 마케팅은 성공이라는 평가다. 당장 관중수만 해도 꾸준히 상승(645,465명→682,444명→686,541명)했다. 대박은 워터 페스티벌이었다. kt는 2015년부터 여름이면 워터 페스티벌 행사를 진행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올해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워터 드론을 이용해 물을 분사했고, 메이저리그를 통틀어도 최초로 워터 슬라이드를 설치했다. 가장 중요한 건 성적이었다. kt는 워터 페스티벌 9경기서 5승4패, 승률 5할5푼5리를 기록했다. 시즌 성적(.347)보다 2할 이상 높았다.
관중 동원 역시 대박이었다. kt는 주말에 그치던 워터 페스티벌 행사를 평일까지 늘렸으며, 워터 페스티벌 유니폼까지 만들었다. 이밖에도 정조대왕 유니폼 등을 만들며 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물론 마케팅의 1차 요소는 성적이지만, 3년 연속 최하위에도 어느 정도 성적을 냈다는 점에서 마케팅 팀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던 대목이다.
▲ 창단 후 첫 공격적 투자…탈꼴찌 노린다
아쉬움 가득한 한 해였지만 스토브리그는 기민하게 보냈다. kt는 11월, 프리에이전트(FA) 황재균과 4년 총액 88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kt 창단 후 최고액이었다. 오버페이 논란이 일었지만, 팀 야수진 최대 약점이었던 3루를 리그 정상급 선수로 메웠기에 가치는 충분했다. 황재균은 "진심으로 다가온 kt에 마음을 빼앗겼다"며 이듬해 호성적을 위해 칼 갈고 있다. 거기에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 타자 멜 로하스와 일찌감치 재계약했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26경기서 8승10패,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kt 최초 타이틀 홀더가 됐다. 시즌 중반 합류한 로하스 역시 83경기 타율 3할1리, 18홈런, 56타점으로 복덩이 역할을 다했다. 남은 외인 투수 한 자리 역시 피어밴드급으로 물색 중이다. 이듬해는 반드시 탈꼴찌 이상을 노리겠다는 팀의 각오가 겨울부터 묻어나고 있다.
김진욱 감독은 시즌 도중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성적이라면 우리 팀은 존재 가치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존재 가치가 어떨지 시험대에 오르는 셈. 여러 모로 중요한 2018시즌이 kt 앞에 놓여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