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개장 두 달 여를 앞둔 시점에서 반환점을 돌았다. 남은 FA는 8명. 이들은 각기 다른 속사정으로 계약이 더뎌지고 있다.
한화는 29일 "FA 박정진과 2년 7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전했다. 이번 FA 시장 열 번째 계약. FA 시장이 종반을 향해 달려감을 알리는 계약이었다.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이는 총 22명. 이들 중 18명이 권리 행사 신청했고, KBO는 지난달 8일 이를 승인했다. 1호 계약자는 문규현이었다. 문규현은 개장 첫날인 지난달 8일 2+1년 총액 10억 원에 친정팀 롯데와 사인했다. 이윽고 kt가 황재균과 4년 총액 88억 원에 계약했지만 그는 지난해 FA로 분류된다.
여느 때보다 더딘 추세였다. 하지만 11월 말, 삼성이 강민호와 계약한 걸 시작으로 조금씩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리고 29일 박정진의 계약까지 18명 중 10명이 둥지를 찾았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돈 셈이다. 남은 FA는 여덟 명. 이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 '원 소속팀과 협상 중' 이견 좁히는 과정 속 4인
김주찬을 시작으로 정근우와 안영명, 그리고 김승회. 비록 소식은 없지만 원 소속팀과 대화를 이어가는 경우다. 김주찬의 원 소속팀 KIA의 이번 겨울 1순위 과제는 단연 '양현종 눌러앉히기'였다. 그리고 KIA는 28일, 양현종과 연봉 23억 원에 계약했다. 이를 진두지휘한 조계현 신임 단장은 "이제 김주찬이 남았다"며 협상 의지를 재확인했다. 계약 기간에 이견이 있지만, 이를 좁히겠다는 각오.
박정진과 재계약한 한화 역시 마찬가지다. 정근우와 안영명을 남겨두고 있다. 역시 계약 기간과 금액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2018년 한화 전력에서 필수적이다. 타 팀과 협상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지만 정근우와 안영명 모두 한화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김승회 역시 두산과 큰 틀에서 합의한 분위기다. 김승회는 올 시즌 69경기에 등판해 69이닝을 소화하며 7승4패11홀드, 평균자책점 4.96을 기록했다. 이듬해 만 37세 시즌을 보내지만 두터운 편이 아닌 두산 불펜에서 순식간에 69이닝 소화 투수를 지우기란 쉽지 않다.
# '보상선수 안 받는다' 선언에도 길 잃은 4인
선수협은 이듬해부터 FA 등급제에 대해 깊게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준척급' FA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올 겨울에도 '비공인 등급제'가 시행되고 있다.
넥센이 채태인을 데려가는 팀에게 보상선수 대신 보상금을 받겠다고 선언한 게 그 시작이었다. 채태인의 올해 연봉은 3억 원. 타 구단에서 채태인을 데려가려면 연봉 200%(6억 원)에 20인 외 보상선수를 내주거나, 연봉 300%(9억 원)을 넥센에 안겨야했다. 정상급 선수가 아니라면 구단의 21번째 선수를 내주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넥센이 미리 보상금을 택하며, 타 구단의 리스크가 적어졌다.
넥센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변화가 감지됐다. 롯데도 내부 FA 최준석과 이우민의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역시 마찬가지 이유였다. 선수들의 길을 터주는 의미가 강한 동시에, 원 소속팀과 재계약 가능성이 낮다는 뜻도 담겨있다.
kt 역시 이대형을 데려갈 경우 보상선수 대신 보상금을 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넥센이나 롯데처럼 확실하게 선을 그은 건 아니지만 양 측은 계약 기간에서 큰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기에 타 팀 이적시 보상금을 받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채태인과 최준석, 이우민, 이대형 모두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보상선수가 선수 이동의 발목을 잡아온 게 아니었던 셈이다. 2017년 계약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 문제는 2018년 전망도 마냥 밝지 않다는 점이다.
원 소속팀과 협상 중인 4인방과 갈 곳 잃은 나머지 4인. 물론 올 시즌도 이름값한 김주찬과 정근우의 사례도 있지만, 다른 이들의 기여도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구단의 태도가 다른 것. 그간 '선수가 슈퍼갑-구단이 절대을'의 체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대로면 준척급 FA들의 선택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겨울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