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①] kt 강백호 "외로워서 시작한 야구…kt 오길 잘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8.01.01 06: 17

2018 KBO리그를 누빌 신인 가운데 가장 관심을 받는 이는 단연 강백호(19·kt)다. '한국판 오타니'부터 '특급 신인'까지. 어지간한 성적으로는 명함도 못 내밀 기대치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강백호 역시 최신 가요 얘기가 나오면 눈빛이 반짝이는, 영락없는 19세 소년이었다. 그가 그릴 2018년과 그 이후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최하위 kt는 '2018 2차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다. 연고지 선수를 제외한 이들 가운데 전체 1순위를 뽑는 것.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kt의 선택은 강백호였다. 강백호는 올 시즌 고교야구 모든 대회를 통틀어 타율 4할2푼2리(102타수 43안타), 2홈런, 32타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투수로는 11경기에 등판해 29⅔이닝을 더지며 3승1패, 평균자책점 2.43을 기록했다. 탈삼진 45개를 빼앗을 만큼 구위가 빼어났다. kt는 강백호에게 역대 신인 야수 계약금 공동 2위에 해당하는 4억5천만 원을 안겨줬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
# 외로움으로 시작한 야구, 결과는 대박

강백호와 야구의 인연은 외로움에서 시작됐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한 탓에 집에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았다. 그 때문에 강백호는 야구하기 전까지 수영, 검도, 태권도, 미술까지 여덟 군데 학원을 다녔을 정도다. 수영 선수 제의까지 받을 정도로 운동 신경은 탁월했다. 학업을 기대했던 부모님은 그에게 가내 방문 학습지를 구독시키거나 영어 학원까지 보냈지만 강백호는 이를 "부질없는 일"이라고 자평했다.
사회인 야구 1부리그에서도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3관왕을 휩쓰는 아버지 덕에 야구와 어릴 때부터 친했다. 유치원 때부터 캐치볼을 했던 즐겼던 강백호의 야구부 입단은 어찌 보면 수순 같았다. 강백호는 "뭐든 재밌을 나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소질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서울 도신초 2학년 때 처음 야구부에 입단한 그는 인천 서화초, 부천중학교, 서울 이수중학교를 거쳐 서울고등학교에 입단했다. 다양한 학교에서 뛴 덕에 적극적인 성격을 얻은 건 덤이다. 강백호는 "매번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했다. 사교성이 늘었다. 여러 친구들을 만나면서 낯가림이 없어졌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타입이다"라고 설명했다.
# 관심이 익숙한 강백호, 부담 대신 책임감 느낀다
강백호는 2015년 청룡기 대회에서 고척 스카이돔 개장 홈런을 때려내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최고구속 150km를 넘나드는 속구에 장타력까지. KBO리그 팀들을 넘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까지 스카우트를 파견했다. 아마추어 때부터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그였다. 10대 소년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강백호는 "신경 써도 달라질 건 하나 없다. 부담되진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부담 대신 신중함과 책임감이 늘었다. 강백호에게 이목이 쏠리면 자연히 그의 선후배 동료들은 시샘이 생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강백호는 늘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했다. 그는 "내가 거만하거나 남을 무시했다면 주위에 사람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상대방 생각을 많이했다. 외동이라 남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더욱 그랬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신인드래프트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강백호는 2차 1번, 바꿔 말해 전국 1위에 올랐지만 기쁨보다 아쉬움이 컸다. 강백호의 친구들 중에는 지명 받지 못한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캐나다 청소년 대회에 참가 중이라 새벽에 드래프트 중계를 친구들과 지켜봤다. 내 이름이 첫 번째로 불렸다. 하지만 백 번째에도 불리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다. 내가 기뻐할 상황이 아니었다"라며 "친구들이 대학에 합격해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강백호는 친구들과 가끔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멜로망스의 '선물'을 듣는 등 영락없는 10대 소년이다. 하지만 그 18세 소년은 본인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도 남을 생각했다.
# 수원에 둥지 튼 강백호, "kt 오길 잘했어요!"
강백호는 9월 28일 수원 LG전서 투수 김민, 포수 조대현과 시구 행사에 참여했다. 김민이 시구, 조대현이 시포를 맡았으며 강백호가 시타자로 나섰다. 이날 행사를 마친 이들은 kt 위즈파크 관중석에서 유니폼을 입은 채 본인들이 누빌 프로 무대를 지켜봤다. 강백호는 12월 3일 '2017 kt 팬 페스티벌' 행사에서 첫 인사를 건넸다. 걸그룹 분장을 한 채로 'Pick me' 안무를 추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강백호는 "춤을 처음 춰본다. 처음이 어렵지 나중에도 기회되면 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 조금씩 kt 유니폼이 익숙해지고 있는 그다. '지풍 매직'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가 짜주는 스케줄대로 차근히 몸을 만드는 상황. 야구 외적으로도 조금씩 kt맨이 되고 있다. 특히 고영표, 엄상백 등 젊은 투수들은 강백호와 취미를 공유하며 이미 '절친'이 됐다. 투수조 조장 홍성용도 그에게 "(강)백호 넌 항상 잘할 것이다. 투수와 타자 전부 망설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봤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고. 외로움에서 시작한 야구가 이제는 수많은 선후배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강백호를 만들었다.
강백호는 최근 수원으로 이사했다. kt 위즈파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방을 구했다.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강백호는 "프로 무대에 대한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kt는 선후배 관계도 좋고, 프런트도 친절하다. 거기에 팬들도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 인상적이다. 프로라는 세계가 참 재밌는 것 같다"라며 "내 선택은 아니었지만, kt에 온 게 정말 잘한 일 같다"고 미소지었다.
과연 강백호의 2018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는 이미 한몸에 받고 있지만 이것이 무거운 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모양새다. 강백호가 '프랜차이즈 스타'를 갈구하는 kt의 단비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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