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했던 말인데…".
한화의 심장 김태균(36)은 지난달 17일부터 사이판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연말연시를 반납한 채 2018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사이판에서 새해를 맞은 그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매년 이 시기마다 새해 소망으로 '가을야구'를 약속했지만 시즌이 끝나면 지켜지지 않았다. 김태균도 "매년 했던 말이라 그렇게 말하는 것도 이젠 민망하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 새해 소망, 건강 또 건강
김태균은 "매년 한 해가 끝나면 아쉽지만 2017년은 많이 아쉬웠다. 나도 그렇고, 팀에 유독 부상 선수들이 많았다. 별로 한 것도 없이 1년이 지나갔다.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한 게 아쉽다. 2018년에는 우리 모든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시즌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결과도 나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실제 김태균은 지난해 햄스트링·복사근 부상으로 94경기 출장에 그쳤다. 2001년 신인 시절 88경기를 제외하면 개인 최소경기. KBO리그에서 보낸 15시즌 중 12시즌을 100경기 이상 꾸준히 뛰었던 그였기에 50경기 결장은 크게 느껴졌다. 부상 중에도 타율 3할4푼 121안타 17홈런 76타점 OPS .958로 활약했다.
김태균은 "몸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 해였다. 아무리 잘해도 아프면 소용없다. 열심히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그동안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꾸준하게 경기에 나갔다. 그게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작년은 그게 안 됐다. 팀에도 보탬이 되지 못해 미안했다"고 돌아봤다.
시즌을 마친 뒤 부상을 당한 부위는 모두 회복됐다. 연말연시에도 사이판에서 개인 훈련을 통해 부상 방지를 위한 몸 관리에 나섰다. 외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가 일본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함에 따라 1루 수비에 나설 상황도 더 많아질 것이다. 오는 20일까지 사이판에서 한 달 넘게 훈련에 몰두하는 이유다.
▲ 야수 최고참, 흐르는 세월
김태균은 요즘 새삼 세월을 실감한다. 스스로도 "야구할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올해는 야수 중에서 팀 내 최고참이 됐다. 조인성·차일목·이양기 등 선배 야수들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선배는 투수 박정진·배영수·심수창 3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나이도 어느덧 만 36세, 30대 후반으로 향한다. 후배선수들도 요즘 '고참 대우'를 확실히 해준다고.
김태균은 "(송)광민이와 (최)진행이가 '이제 형은 앞에 나서지 말고 한 발 물러서라'고 농담을 하더라. 그래도 내가 광민이보다는 1년이라도 더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은 뒤 "이제는 후배들이 야구를 잘할 수 있게 뒤에서 밀어줘야 할 때가 됐다. 하주석·양성우·최재훈·오선진 같은 젊은 후배들이 팀 주축이 되어줘야 한다.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올해부터는 절친한 후배 최진행이 주장을 맡았다. 김태균은 "진행이는 주장을 잘할 것이다. 그동안 팀을 위해 묵묵히 자기 역할을 잘했고, 주장을 할 때가 됐다. 힘든 일도 팀을 위해 책임감 있게 일할 줄 알고, 팀에 대한 애정이 큰 선수이기도 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보다 진행이를 믿고 조용히 뒤에서 지켜보며 따라가는 게 도와주는 일이다"고 믿음을 보였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겨우내 전력 보강이 미진하다. 오히려 최고 외인 타자 로사리오가 빠져나간 공백이 크다. 이 때문에 한화는 올해도 하위권 후보로 분류된다. 하지만 김태균은 "야구는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이 안 다치고 한 곳만 바라보며 힘을 합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고 2018시즌 반란을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