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연임’ 이대호, 책임감과 성적 사이의 균형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1.04 06: 22

7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대호(롯데)에 대해서 박힌 이미지는 ‘무서운 선배’, ‘어려운 선배’였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치고 다시 돌아온 이대호는 이전과는 다른 선수가 되어 있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로 돌아왔다. 하지만 리더는 팀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성적까지 챙겨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다. 특히 이대호라는 이름값을 가진 선수라면 그 책임감 부담을 오롯이 혼자서 떠안아야 했다.
이대호는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 역시 주장으로 팀을 이끈다. 지난 11월 말, 납회식 자리에서 주장 연임이 결정됐다. 이대호가 주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힘들어 하는 기색을 내비치면서 후배 중 한 명에게 주장을 물려주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후문도 있지만, 이대호는 다시 한 번 롯데를 이끌 리더가 됐다.
지난해 이대호는 경기장 안팎에서 롯데를 이끌었다. 이전과는 달리 무서운 선배가 아니었다. 이전에는 중고참으로서 엄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좀 더 다독이는 리더가 되어 돌아왔다. 롯데의 후반기 질주 속에는 주장이었던 이대호가 선수단을 잘 추스르고 다독였다는 것은 대부분의 롯데 선수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증언이었다.

이대호는 지난해 142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 34홈런 11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4의 성적을 남겼다. 6년 만에 돌아와서 이대호는 자신의 이름값에 걸 맞는 활약을 펼쳤다. 4년 150억 원이라는 몸값에 비례한 활약이었다고 평가하자면 또 다른 문제이긴 했지만, 이대호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금액에 대한 얘기는 그 다음의 일이다. 분명 이대호는 중심 타자로서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다했다.
특히 이대호는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다하며 거둔 성적이다. 그의 경기 출장 수가 증명한다. 이대호는 사실 시즌 중 담 증세와 허리 통증 등을 달고 다녔다. 시즌 초반을 제외하면 100%의 몸 상태였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2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기에 나섰다. 책임감 때문이었다. 선발 제외를 먼저 요청할 수도 있었지만, 이대호는 언제나 경기에 나서려고 했고, 어떻게든 리더의 부담을 떠안으려 했다. 조원우 감독도 시즌 중 이러한 이대호의 모습에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만약 이대호의 휴식이 보장됐고, 컨디션 관리가 됐다면 좀 더 나은 기록을 선보였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도 있다. 그러나 선뜻 유연한 관리를 펼치기에는 팀 사정상 그러지를 못했다. 이대호는 그래도 묵묵히 그라운드로 나섰다. 지난해 무관에 그친 것도 이러한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리더라는 책임감과 개인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에는 짊어진 부담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리더라는 부담이 개인 성적의 하락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었고, 이를 이겨내지 못하는 선수들을 종종 봐 왔다. 리더십과 성적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여건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증명이 됐다. 특히, 롯데라는 관심이 집중되는 구단의 주장이라면 그 부담과 책임은 더 막중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대호는 지난해 팀의 성적과 자신의 성적 모두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었다.
주장을 연임하면서 결국, 이대호는 다시 한 번 균형의 무대로 진입한다. 이대호는 올해도 리더십과 개인 성적의 균형을 맞추면서 롯데를 가을로 다시 이끌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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